<특파원 칼럼> 호화 크루즈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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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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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에서 크루즈 유람선 ‘카니발 트라이엄프’가 엔진실 화제로 좌초됐다. 동력이 없으니 전기도 없고 음식도 해 먹을 수 없었다.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으니 음식은 상해서 버려야 했다. 그것도 날 더운 멕시코 걸프만에서 사고를 당해 승객과 승무원들의 고통은 말할 수가 없었다.

카니발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배를 운항하는 대표적인 크루즈 회사로 워싱턴 DC 인근에서도 매주 일요일 바하마 군도로 7박8일짜리 배를 띄운다. 토요일에 출발하는 또 다른 크루즈 회사 ‘로열 캐리비안’의 버뮤다 군도 상품과 경쟁 관계다.

이번 사고로 체면을 완전 구기기는 했지만 카니발 회사의 크루즈 선내 서비스는 그동안 고객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경쟁사 상품이 더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카니발 크루즈 서비스만 떼어서 보아도 결코 다른 관광상품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이 회사는 배안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서비스(웨이터와 웨이트리스, 객실 청소직, 주방 요리직 등등) 직원들을 해외에서 공급받아 사용한다. 대부분 1년이내 방문 근로자 프로그램으로 배안에서 먹고 자면서 일한다. 물론 돌아가며 휴가를 받아 육지에서 잠깐씩 쉬기도 하지만 이들은 거의 대부분을 배에서 생활한다. 고단할 텐데도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이들은 승객들에게 대단히 친절하다.

배 안에서 주는 음식은 별 다섯개급 호텔 레스토랑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뷔페식으로부터 웨이터가 서빙을 하는 고급 레스토랑까지 음식은 승객들에게 대만족이었다. 하루에 두번씩이나 방을 치워주는 객실 서비스와 아무리 먹어도 돈을 따로 받지 않은 레스토랑 서비스는 많은 주부들에게 꿈같은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 안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면세점부터 카지노와 바, 브로드웨이 쇼를 연상케 하는 뮤지컬, 노래 공연을 하는 1~3층 규모의 극장도 2개나 있다. 여기에 헬스클럽, 사우나, 미용실, 아이들 놀이 공원, 산책로, 농구장 등 거의 소 도시 하나를 싣고 다닌다고 보면 맞다. 배에 탄 사람만 4200여명이다. 곳곳 시설도 눈에 띄는 재질로 화려하다. 처음 크루즈를 타는 승객들은 이곳이 배인가 싶을 정도로 잘 감탄하기 일수다.

그런 배가 엔진실 화재로 모든 게 멈췄다. 고급스런 음식과 서비스는 다 소용 없게 됐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한 게 가장 컸다. 방마다 호텔처럼 잘 꾸며진 화장실 변기는 배에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물을 공급하는 고 수압식이었지만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표류하며 예인됐던 닷새 동안 인간이 남긴 각종 오물로 쓰레기 더미가 된 카니날 트라이엄프호는 미국 알래바마의 항구로 돌아왔다. 미국의 CNN방송은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이를 보도했고, 도착하자마자 나온 첫 보도는 선내에 오물로 미끄러져 다쳤다는 승객이 회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는 것이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앨라바마 항구에 의뢰인을 잡으려는 소송 변호사가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가장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런 서비스 중 하나였던 크루즈가 화재와 전기공급 중단으로 이렇게 말로를 보였다. 불과 며칠 사이로 극과 극을 오간 셈이다.

북핵 문제처럼 꼭 해결해야 하고 해결하고 싶은 이런 이슈에도 ‘크루즈의 전기공급’같은 결정적인 요인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있다면 이를 끊으면 되고, 한반도나 미국 등 서방세계가 그토록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세상은 더 안전해질 수 있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큰 걱정거리고 없는 삶이 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화장실만 있어도 인간은 큰 불만이 없는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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