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지역민심을 잡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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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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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비현상에) 해외진출보다 지역사업이 더 힘들다”<br/>상생발전 모색위한 장기적인 접근법 고민

파주 열병합발전소
아주경제 김진오·신희강 기자= # 2008년 3월18일 정부과천청사 앞. 파주교하지구 입주자 수백명은 플랭카드를 들고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파주지사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하 주민들은 "2003년 아파트 분양당시 200MW 발전용량으로 계획됐던 열병합발전소가 지역난방공사가 갑자기 주변 택지개발로 515MW 증설해 추진하겠다고 방침을 변경했다"면서 크게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용량 증설이 주민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을 뿐만 아니라 주거지와 발전소간 거리가 60여m에 불과해 안전 및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07년 10월에는 집단 에너지사업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지만 법원은 소송기간이 지났다면 이를 각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항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거지역과 1km 이상 거리두기 등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진통끝에 지역난방공사는 보상차원에서 주민편익시설을 건립하기로 합의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로 했다. 수영장, 헬스장, 에어로빅장, 골프장 등 지하1층 지상3층의 최신식 주민센터는 184억원을 들여 1년만인 2011년 4월에 완공됐다.

이듬해 2012년 11월 공사 4년만에 파주 515㎿급 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되며 햇빛을 보기까지 어려움이 적지않았던 셈이다.

345kV 세종분기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경과지선정 위원회’가 행정도시건설청 소 회의실에서 경과지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 2010년 2월 한국전력공사는 지금의 세종시가 들어선 충남 연기군에 345㎸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다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송전선로의 설치로 자연 경관 훼손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과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한전 측은 갈등 해결을 위해 세종시 송전탑 경로 선정에 마을 주민을 적극 참여시켰다. 또 지역주민과 한전·환경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등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했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각종 경조사에 참여해 스킨십을 나누는 등 마음을 움직인 결과 4년 넘게 걸어잠궜던 문고리를 9개월 만에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한성구 송변전건설팀 과장은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태도와 진정성에 있다”며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존의 사회로 갈 수 있는 해법을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기업의 지역개발사업이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와 환경오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와 사업이 직결되는 에너지 공기업은 각 사안마다 지역 주민·환경단체와의 마찰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지역주민을 설득해서 지자체 동의를 구하는 일이 하나의 통과의례가 돼버렸다. 여기에 기획부동산 전문가까지 가세하면 주민들의 보상 요구는 억지 수준에 가까워진다. 최근에는 녹색성장 기조에 표심까지 맞물려 정치권마저 발목을 잡으면서 “해외진출보다 지역사업이 더 힘들다”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때문에 공기업은 지역주민의 환심을 사기위한 단순한 '선물 보따리'뿐 아니라 상생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적인 접근법도 고민해야 하는 형국이다.

또 지역 동호회와 연계한 행사나 지역민을 위한 콘서트나 음악회, 각종 가족 잔치 등 친밀감을 높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각종 행사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도 님비현상으로 무장한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최근 정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는 발전소 건설 신청을 마친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을 취소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정서를 맞추려다 보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커질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수력원자력은 2027년까지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에 짓기로 한 신규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건설 계획을 유보했다. 지역의 반대여론이 생각보다 완고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에 넣으며 추진중인 영흥화력발전소 증설도 지역이 “심각한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주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시설 견학이나 공청회·간담회를 주선하고, 피해 보상 등 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를 해당 지자체들이 협의해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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