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산업도 위기에 빠졌다. 대형 건설사들까지 부도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건설업 전체가 힘이 빠진 모습이다.
쌍용건설의 자본금 완전잠식 소식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4114억원을 냈다. 전년도 157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쌍용건설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오는 4월1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최근 건설사들은 증권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쌍용건설에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일건설과 금호산업이 연이어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자본잠식은 실적 부진으로 기업이 자본금을 까먹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말한다. 완전 자본잠식이면 상장 폐지 요건, 50% 이상 자본잠식이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93.9%로 관리종목에 포함됐고, 한일건설은 109.5%로 상장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범양건영·남광토건·벽산건설 등 법정관리 건설사들도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심환기업·한라건설·계룡건설·한신공영 등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업체의 회사채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 급증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시작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건설 수주 물량도 줄면서 부실건설사가 급증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종합건설업체 수는 전년도보다 241곳이 줄어든 1만1304개사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도 덩달아 힘겨운 상황이 지속됐다. 실제로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2007년 127조900억원에서 2011년 110조700억원, 지난해 101조5000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도 건설사들의 부도 위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도 올해 사업에 더 큰 부담이다. 이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주요 건설기업의 지난해(추정치)와 재작년 합산 실적을 비교한 결과 매출은 재작년보다 15.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98%, 순이익은 7.57% 각각 줄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회사채가 많아 잠재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체별로 올해 만기 회사채 규모는 대우건설 5080억원, 롯데건설 6300억원, 한화건설 4600억원, 현대산업개발 4500억원, 두산건설 7050억원, 동부건설 2800억원 순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규모도 적지 않다. 현금성 자산 대비 회사채와 PF 관련 대출 등을 합친 총 유동성 부담액은 두산건설 2조4000억원, 한라건설 1조5000억원, 한화건설 1조4000억원, 코오롱 8100억원, 동부 7100억원, 계룡건설 4500억원 등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올해도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자본잠식 등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업체들의 자구노력만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에는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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