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구원투수 '부실채권정리기금', 16년만에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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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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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난 외환위기 당시 금융부문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6년만에 업무를 종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내 첫 공적자금 청산 사례이자 회수율 119%라는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끝내 실패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된다.

21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1997년 11월에 설치돼 관리 및 운용해 온 부실채권정리기금을 22일자로 청산하고 잔여재산 약 1조원을 공적자금상환기금 등 정부와 23개 출연기관에 모두 반환한다고 밝혔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징후기업 처리를 위해 정부에서 조성한 공적자금이다. 총 21조600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캠코는 지난해까지 15년간 총 39조2000억원을 투입, 180여개 금융회사로부터 모두 111조6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이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국제입찰·인수 및 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해 46조8000억원을 회수했다. 전체 투입금 대비 7조6000억원을 초과 회수한 것이며 비율로 따지면 119%에 달한다. 이는 스웨덴(86.0%), 미국(65.7%), 일본(17%) 등 외국의 회수율과 비교하더라도 유례없는 성과다.

2008년 7월까지 캠코는 상환해야 할 기금채권 등 원리금 33조3000억원을 모두 갚았다. 출연기관인 정부와 금융회사에도 출연원금 4조1000억원보다 6조7000억원이 많은 10조8000억원을 현금으로 조기에 반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캠코에 남아있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여재산은 현금성 자산 5794억원과 현물 1조1781억원 등 총 1조7575억원이다. 이 역시 22일자로 출연기관에 배분된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98년 3월 112조원이던 금융권 부실채권규모는 1999년말 82조1000억원으로 줄었으며, 기금 인수시한 종료시점인 2002년말 28조10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999년 14.5%에서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 6월말 2.0%를 기록했다.

일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997년 말 7.0%에서 지난해 6월말 14.3%로 대폭 상승했다.

반면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잔여지분 매각 실패는 성공적인 마무리를 짓는 데 있어 오점으로 지적된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7년부터 매각 시도만 5차례에 달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22일부터 예금보험공사와 신한은행 등 23개 채권 금융기관에 38.75%의 지분이 넘어간다. 쌍용건설은 지난 14일 전액 자본잠식상태가 되면서 오는 28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과 채권 등 600억원을 막지 못하면 부도를 맞게 된다.

잇따른 매각 불발과 관리 부실을 두고 캠코의 책임론이 일고 있으나 캠코 관계자는 "기금 관리를 위해 대주주가 된 것으로 자율경영을 맡긴 주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에서 주장하고 있는 자금대여 및 출자전환 역시 공사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19.1%)은 유럽 재정 위기 및 조선업종의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매각 일정이 연기됐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산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다. 이 지분은 현물로 반환된 뒤 올해 1분기 중 처리방안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캠코는 15년간의 운용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 백서'를 공동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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