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미국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50만달러)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5)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CC 파타야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11번홀까지 버디 6개를 잡고 기세를 올리던 박인비는 나머지 7개홀에서 1타를 잃고 합계 12언더파 276타(67·71·71·67)로 경기를 마쳤다.
그와 우승경쟁을 벌이던 태국의 신예 아리야 주타르누간(18)은 17번홀까지 박인비에게 2타 앞섰다. 18번홀은 파5여서 주타르누간의 첫 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으로 상승세를 탄데다 태국 갤러리들의 일방적 성원을 받은 주타르누간이 벙커-언플레이어블 볼 등을 전전하며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다. 2타차 선두에서 1타차 2위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주타르누간은 눈물을 보였으나 그의 스코어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박인비에게 1타 뒤졌다. 더블보기만 했어도 연장전에 갔을 터이나,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하고 말았다.
주타르누간은 만 18세가 안돼 미LPGA투어 멤버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R)로 눈을 돌렸고, LET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서 수석합격했다. 이 대회에는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향후 2년간 미LPGA투어 출전권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미LPGA투어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꿈도, 태국 선수 최초의 미LPGA투어 우승도 날아갔다. 그와 한 살 차이인 언니 마리야는 미LPGA투어 신인이다.
2위라 생각하고 연장전을 준비하던 박인비는 주타르누간이 마지막 홀에서 무너지는 바람에 행운의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다.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투어 상금왕을 노릴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미국 무대 첫 승을 올렸고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를 포함해 2승을 거둔데 이어 이번에 투어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우승 이후 3개월만의 우승감격을 누렸다. JLPGA투어 4승을 포함해 국내외 통산으로는 8승째다.
한국선수들은 이로써 지난주 열린 투어 개막전(호주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초반 두 대회를 휩쓸었다.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청야니(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최나연(SK텔레콤)은 9언더파 279타의 단독 7위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2위였던 박세리(KDB금융그룹)는 이날 4타를 잃고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신지애(미래에셋)와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16)은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14위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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