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험 이자수익을 얻기 위해 구조조정이 한창인 스팩 지분을 되레 확대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 22일 한국투자신성장1호기업인수목적회사(한국스팩1호)의 지분 17.54%를 장내 매수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21일 머스트투자자문(11.87%)이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해 유진자산운용(5.02%)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지 하루만이다.
2010년 8월에 상장한 한국스팩1호는 지난 19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전날에는 대신증권그로쓰스팩과 에스비아이앤솔로몬스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올해 청산 만기일을 앞둔 스팩들의 잇단 상장폐지 우려를 낳고 있다.
스팩은 일반공모 납입일 이후 2년6개월 내 합병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이사회 결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1개월 동안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증시 퇴출을 앞둔 스팩에 대해 기관 투자자들이 지분을 늘리는 이유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청산이자를 얻기 위해서다. 스팩은 합병에 실패할 경우 주주에게 원금뿐 아니라 2년6개월치 이자수익을 제공한다.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신탁기관에 맡기기 때문에 리스크가 작다. 또 스팩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을 때 매수한 경우 향후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실제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미래에셋스팩1호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5.93%까지 지분을 늘린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미래에셋스팩1호의 상장폐지 선언 이후 6.72%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히든챔피언스팩1호의 청산 발표에 11만4508주(6.86%)를 매입해 이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청산 때까지 스팩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분배금을 받을 수 있고, 그 전에 주가가 일정 수준 오르게 되면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며 “실제로 최근 대부분의 스팩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어 단기 수익을 위해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채권보다도 금리(예치 이자율)가 높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팩의 이자율은 3% 내외로 국고채보다 대체로 높다.
아이엠투자증권 선물·옵션부문 관계자도 “이자수익을 위해 한국스팩1호의 지분을 늘린 것이 맞고, 현재 보유한 스팩들은 중도 매각없이 모두 만기까지 갖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9년 12월 스팩이 합법화된 후 1년여 만에 22개의 스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현재 남은 종목은 관리종목을 포함해 10개뿐이다. 6개만이 합병에 성공했으며 나머지 6개는 상장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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