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그들만의 리그', 이제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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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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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회의 몇 번 참석하는 게 대부분인데 받는 수당은 월 300만원 이상입니다. 그렇다고 회의에서 치열하게 경영진을 견제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사외이사직이 어떤 자리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답이다.

금융지주회사 주주총회 시즌이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외이사들의 연임 사례가 이어지는 추세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내놓은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 및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경영전략 및 목표를 경영에 맞게 수립하고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사외이사의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금융권의 사외이사들에게 이 규준은 그저 사문화된 규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 기록을 살펴보면 지금껏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온 사안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논의가 치열해 '보류'된 안건을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은 '찬성'이다.

임기도 연임이 대세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모범규준상 2년 이내이며, 연임 시 1년씩 최장 5년까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 5년을 다 채우고 물러난다. 세 번씩은 연임한다는 소리다.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학교수나 변호사 혹은 법조기관 출신이 많다. 5년룰을 채우고 사람이 바뀌어도 직업군은 비슷하다. 결국 기존의 사외이사들이 서로를 추천하며 연임 행렬을 잇고, 비슷한 직업군을 추천함으로써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라는 한파 속에 금융권은 인력 감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제도는 자리 나누기와 보신을 위한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금융당국은 명확한 지도지침을 통해 금융권의 사외이사 제도가 공명정대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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