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진행한 결과, 참가 업체가 없어 끝내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도 참여업체 부족으로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시내면세점을 허가받은 중소기업은 하나같이 오픈 날짜를 미뤄야 할 상황이다. 대부분 업체가 주요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하기로 했던 서희건설의 경우 지난달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고 사전 승인을 반납하고 말았다.
중소기업들에 면세점 사업 참여의 길을 열어줬지만 결국 진입 장벽만 확인시켜준 꼴이다. 정확한 분석 없이 일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경우 대형 백화점들조차 유치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명품업체들이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다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중소기업이 명품을 유치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뿐만 아니라 기존 대기업들도 대부분 점포에서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에서만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이 이 같은 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면세점 판매 상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란거리다. 고객들이 면세점을 찾는 목적을 간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적이 선(善)이라고 해서 결과까지 꼭 그에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면세점 중소기업 참여를 자세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실효성이 있다면 추진하고 아니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목표만 보고 무작정 돌진한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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