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캐피탈이 자본잠식 위험에 빠질 정도로 건전성이 악화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한 재무개선(유상증자) 수요가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나 외환은행이 작년 적자 전환 또는 수익 감소를 겪은 만큼 추가적인 출자 부담을 안기보다는 외환캐피탈을 재무 여력을 가진 하나캐피탈에 조기 합병하는 방안이 비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체 외환캐피탈은 2012년까지 2년 연속 누적 순손실 567억원을 기록하며 결손법인으로 돌아섰다. 이익잉여금 없이 결손금만 20억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결손금 발생으로 자기자본이 1년 만에 1006억원에서 758억원으로 줄었다. 자기자본이 자본금(754억원)을 밑도는 자본잠식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는 2004년 말 자본잠식을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최대 재무 악화다.
외환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조정총자산(현금성자산 차감) 대비 조정자기자본(후순위채 포함 보완자본 추가) 비율을 100대 7로 유지해야 한다. 자본잠식 자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조정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후순위채 발행도 어려워진다.
외환캐피탈을 독립법인으로 존속시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할 경우에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여신전문금융업체를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외환캐피탈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외환은행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때 돈이 들어갈 뿐 아니라 자본잠식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재무를 개선하는 데도 추가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외환캐피탈을 하나캐피탈에 흡수합병시키면 이런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하면 납입자본금 1500억원선에 자기자본은 2배 수준인 3000억원선으로 늘어난다. 자본잠식 가능성에서 당장 멀어질 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나 외환은행도 직접 부담해야 할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년 영업손실 1810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외환은행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6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관계자는 모두 "외환캐피탈 처리 문제를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외환캐피탈 측은 결손금 발생 원인으로 여신 자산 대부분이 노출돼 있는 부동산ㆍ조선ㆍ해운 경기 침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꼽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