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강제화가 운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 매장 전경> |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아웃도어 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해마다 20~30개 신규 브랜드를 쏟아내며, 30% 이상 고성장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거품이 빠르게 제거되고 있다. 특히 성장률만 믿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한 후발업체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강제화의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은 지난해부터 관련 비즈니스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사업계획은 물론 신제품 출시, 브랜드 마케팅 등 모든 사업이 잠정 보류된 상태다. 수익성 악화로 아웃도어의 메카로 자리잡은 신논현역 지역 직영 매장에서도 철수했다.
실제로 금강제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헬리한센 제품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며 재고를 급히 처분하는 중이다. 론칭 당시 20만원이던 방풍재킷은 6만2900원, 11만원에 판매하던 등산바지는 4만670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와 아직 라이선스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라 브랜드를 폐업한 것은 아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 일단 향후 시장 상황을 보고 수위를 조절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매장 확대 등 헬리한센과 관련된 추가 사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헬리한센은 노르웨이 153년 전통의 해양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로 금강제화가 지난해 재론칭 하면서 주목받았다. 론칭 당시 해양전문 브랜드의 한계에서 탈피, 합리적인 가격대의 도심형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아웃도어 업계는 헬리한센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에프엔에프(F&F)의 아웃도어 브랜드 '더 도어'가 사업을 포기한지 2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한 브랜드가 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더 도어, 헬리한센이 아웃도어 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 새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가 생겨난 건 사실"이라며 "헬리한센과 더 도어의 철수는 자본이나 브랜드파워, 제품력 등을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브랜드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존에 톱모델을 기용하지 않던 브랜드도 스타 마케팅을 활용하는 등 모든 역량이 제품 외적인 요소에 집중되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 증가를 가격을 높여 만회하려는 업체들의 상술에 소비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는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블랙야크 등 총 5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빈폴아웃도어·노스케이프·센터폴 등 11개 브랜드가 새로 론칭했다. 올 초부터 신세계 인터내셔널의 살로몬, 네파의 이젠벅, 블랙야크의 마모트 등도 경쟁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시장이 포화하면서 중국 등 해외 진출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빈폴아웃도어 중국 장춘 조잔 백화점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총 10개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블랙야크도 지난 1998년부터 중국 사업을 시작해 현재 중국 내 260여개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100개 매장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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