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가장 멍청한 해법 시퀘스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3-03 16: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 연방정부가 드디어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를 시작했다. 영어 공부를 꽤 했다는 사람도 이번에 이 말을 처음 들어봤다는 이를 놓고 말이 많다. 오죽하면 미국 사람조차도 이 말이 뭔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시퀘스터가 뭘 뜻하는지는 조만간 체감으로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오는 9월 말 2012~2013년 회기연도까지 850억 달러의 예산이 자동삭감된다.

어떻게 합의를 했었는지 국방과 비 국방이 딱 절반씩이다. 국방 지출 감축은 민간 조달사업자 등을 통해 전달될 전망이다. 당장 군무원들도 정해진 날수만큼 무급 강제 휴가를 가야 한다. 메디케어 보험수가가 2% 줄어들면서 의사들은 정부로부터 그만큼 돈을 덜 받지만, 그 부담은 환자한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2011년 양당이 이번 시퀘스터를 합의했을 때는 설마 하는 생각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여야의 합의는 정부부채 상한을 늘리되 앞으로 수퍼커미티를 의회에 만들어 정부 예산적자를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만일, 수퍼커미티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해 1월 1일부터 대부분의 예산 항목에서 무차별적인 예산 감축이 시작되게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시퀘스터를 제안했고, 그 속내에는 공화당은 국방비 감축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세수 증대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공화당은 이 면에서 오바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보란 듯이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았고, 지금 시퀘스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다.

공화당도 큰 계산 실수를 했다. 2012년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길 것으로 전망하고, 그렇게 되면 예산 감축 이슈를 원하는 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기대했었다. 그래서 시퀘스터 조항에 선뜻 동의했고, 원하지도 않던 국방비 감축이 50%나 들어가게 됐다. 자동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오바마가 세수 증대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역시 계산 착오였다.

여야의 이러한 계산 실수와 버티기 작전의 불똥은 국민에게 떨어지고 있다. 올해 9월까지 850억 달러를 우선 감축하고, 10월부터 앞으로 9년 동안은 매년 1090억 달러를 삭감해, 총 1조 2000억 달러다. 이 삭감 규모에는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국채 이자 부담도 있기 때문에 실제 지출삭감은 9840억 달러 정도다.

올해 850억 달러 중에는 국방비 420억 7000만 달러와 함께 메디케어(65세 이상 장년층 의료보장) 약 10억 달러, 교육 등 일반 분야 280억 700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전국의 국립공원도 운영이 차질을 빚고, 당장 주요 공황에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제탑 폐쇄나 운영 축소가 예견되고 있으니 시퀘스터의 영향은 최악의 경우 상상을 초월한다.

양당은 시퀘스터 결과를 놓고 서로 비난을 일삼고 있고,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GNP 성장률을 0.5%포인트 안팎 하락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양당이 한 일 중 가장 잘못한 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적되는 시퀘스터 발동. 과연 그 후폭풍이 정치권으로 어떻게 튈지 지켜볼 일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보면 백악관과 공화당이 모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공화당은 재정절벽 협상 때나 지금이나 동네북이 돼가고 있다. 앞으로 2년도 안 남은 중간선거에서 과연 하원 공화당이 다수당 자리를 지킬지 여기저기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년 후 대선에선 민주당이 또 승리할지는 전혀 모를 일이다. 민심의 동요를 전혀 감지 못하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일 때가 많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