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 성북구는 올해 주민이 구정의 중심되는 소통행정을 펼친다. 지방자치 본질을 자발적인 주민들의 동참으로 본 것이다. '참여와 협동의 인권도시, 성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사람 중심, 주민 참여, 협동, 공존의 가치를 4대 실천 키워드로 정했다.
김영배(46) 성북구청장은 "우리의 구정운영은 주민 요구에서 시작해 모든 정책을 주민 주도로 이끌어나간다"며 "구정 성과를 주민이 평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착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청장은 정기적인 FGI(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 설문조사 등 방식으로 민원을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게 보고 있다. 또 주민참여 예산제를 통해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공개적으로 매긴다. 정책수립을 위한 인권, 복지, 통장, 아동정책 등 8대 '열린 토론회'를 정례화시켜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김 청장은 "신자유주의에서 심화돼온 사회적 양극화는 이미 1대 99란 대립적 양식으로 갈등이 더욱 커졌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양극화 해결의 한 방법으로 사회적경제 주체 육성과 활성화를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경제시스템 구축에도 발빠르게 나선다. 시장경제가 자유경쟁 체재에서 단기적 이윤 창출이 최우선 목표라면, 사회적경제는 공동체의 생산과 소비를 통한 '함께 만드는 시장'을 추구한다.
성북구는 2012년 7월 '사회적경제 제품 우선구매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공공조달 때 사회적기업의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매입해 이들의 자생력을 길러준다. 이 조례를 시행한 결과 2012년 기준 사회적 또는 마을기업의 한달 매출이 전년 대비 70% 증가한 평균 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또한 174명에서 276명으로 늘었다. 구는 올 한해 구매실적을 지난해 10억원의 2배로 높여 잡았다.
도심에서 가까운 전통적 주택지역인 성북구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을 자랑한다. 북악산, 북한산 등이 품안에 놓여 예로부터 도성 밖 으뜸경치라는 의미로 '성북동천(城北洞天)'이라 불렸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도성과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만년을 보낸 유택 심우장(尋牛莊) △조선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살던 별장 성락원(城樂苑) △전통가옥 10여채와 2000여점의 전통목가구가 전시된 한국전통가구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다.
성북동에는 특히 38개국의 외국대사관저가 위치해 해외문화까지 공존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고유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도입, 자연·역사·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나는 '성북동 역사문화지구 조성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에 반해 특징적 산업동력이 없는 '베드(bed) 타운'이란 단점이 있다. 김 청장은 "북부 외곽지역과 종로구, 중구 등 도심을 연결하는 부도심에 머물면서 베드(bed)타운이 아닌 배드(bad)타운의 성격이 짙다"면서 "중소형 의류 봉제업체가 밀집 발달된 경제특성을 한껏 살리면서 지역인재 활용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에는 총 2만3600여개의 사업체가 있는데 이들 중 5인 이하가 90% 수준에 육박한다. 10곳 중 1곳이 매우 영세한 제조업체로 섬유 봉제업종이 70% 가량을 차지한다. 이를 기반으로 패션지원센터와 봉제교육장을 설치하고 노동집약적 섬유산업과 가치산업인 패션디자인 육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고려대 등 우수대학은 8곳이 있다.
2011년 7월 자치단체 직영으로는 전국 첫 '성북 스마트 앱 창작터'를 개원,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17곳이 본인의 사업장을 갖춰 자립했고 청년 및 대학생 45명은 열정적 창업활동에 들어갔다.
김 청장은 "그동안의 업무 추진은 순위와 중요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단년도 계획에 기초한 현안 대응 위주였습니다. 이제 기초자치단체도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정책 수립 때에도 통계나 지표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열린 토론회와 주민참여예산제 등 소통 채널별로 상호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도록 종합적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7대 전략 과제로 △어린이가 행복한 교육도시 △함께 걷는 성북 △더불어 함께가는 복지문화 구현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마을공동체 재생 △환경과 조화 이룬 지속가능한 도시 △안전한 성북 △3대(代)가 건강한 도시 등을 구성했다.
민선 5기의 임기 15개월 가량을 남겨둔 김 청장은 1400여명 공직자와 함께 달려온 시간에 대해 "주민들이 보다 자신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정책을 폈다"고 자평했다. 언제든 민생 현장으로 뛰어들어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할 준비가 됐다고 한다. 향후 올바른 행정을 펴나가는데 구민들의 아낌없는 질책과 조언이 절대적인 만큼 큰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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