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의 동쪽 맨 끝에 자리한 강동구. 과거 서울의 변두리란 멍에를 지고 있었지만 이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도심의 급격한 팽창은 교통, 생활, 인구 등 사회전반을 포화상태로 이끌었다. 이로 인해 외곽지역으로 관심이 빠르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동구는 정주환경과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 정책의 키를 잡은 이해식(50) 구청장은 "작년 12월 고덕·강일 보금자리주택 지구 밑그림이 우리구 제안대로 확정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역실정에 맞는 설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30차례 이상 국토해양부를 찾아 실무진에게 줄기차게 요구하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1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주택 총 1만500여가구를 짓는 게 골자다. 2011년 5월 보금자리 후보지로 낙점됐다. 당초 고덕지구와 강일3ㆍ4지구를 나눠 1만2000가구 규모였다. 이 과정에서 내용이 미흡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강동구가 1년 넘게 지구통합과 기반시설이 보완된 정책대안을 내놨고 지구지정 작업은 마무리됐다.
특히 주민들의 숙원이던 보금자리지구를 잇는 지하철 9호선 연장이 이뤄졌다. 폐기물시설 지하화, 생활체육시설 건립 등 요구안이 모두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서민의 주거안정과 지하철 9호선 연장 및 상업지구 도입 등 지역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온통 잠만 자는 아파트 일색이 아닌 상업·업무용도를 더해 '베드(bed)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사업인 엔지니어링 복합단지(ENEX) 유치와 고덕상업·업무단지 조성은 강동구의 미래 지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구는 애초에 주거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풍요로운 자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체 면적 24.58㎢ 중 주거 53.3%, 녹지 44.3%, 상업지역은 불과 2.4%에 그쳤다.
ENEX는 상일동 404번지 일원에 9만㎡ 규모로 지어진다. 국내 200여개 엔지니어링 업체와 1만6000여명이 종사자며 활기를 불어넣는다. 6298억원을 들여 △비즈니스타워 △기술지원 및 연구개발시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특성화대학원 △공동이용시설(컨벤션센터, 교육시설, 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첨단업무단지에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새 둥지를 튼 것을 신호탄으로 빠르게 입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직원 7000여명이 지역에 살면서 주변 상권은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연내 세종텔레콤과 VSL/DM 컨소시엄이 이사를 마치고 2014년이면 완전한 위용을 드러낸다. 예정대로 진척되면 상주 인구는 1만5000명을 훌쩍 넘는다.
"불우한 가정 환경이나 부모, 친구와의 갈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매년 700~800명에 이릅니다. 결코 간과할 수없는 수치입니다. 체계적인 배움이 요구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서 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해 위기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이 청장은 학교 밖의 청소년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데도 힘쓴다. 공교육기관과 유기적 협력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강동드림스타트센터, 진로 캠프 등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교육안전망을 구축한다. 이외 인성 강화와 스포츠클럽 활성화, 직업 상담에 이르는 다양하고 알찬 교육정책을 편다.
강동구는 친환경도시를 표방한다. 2010년 11월 전국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이어 다음해 3월 '친환경 도시농업특구'로 대내외에 알렸다.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드는 도시농업은 그간 텃밭 2300여개 구좌, 1만개 상자텃밭을 보급시켰다. 이제 한단계 더 나아간
구민생활의 일부로 정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도시농업지원센터를 건립해 지역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소비하는 이른바 일명 '강산강소' 로컬푸드시스템(local food system)을 갖춘다. 이는 강동에서 생산하고 강동에서 소비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청장은 "도시농업은 구민의 삶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려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활성화됐다"며 "건강한 먹거리, 정직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이끄는 상징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암사동 유적의 유네스코(UNESCO,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한다. 약 6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주거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 빗살무늬 토기 전형성 등 당시 생활상이 잘 보존돼 현재 사적 제267호로 지정됐다. 작년 전문가들이 모인 토론회에서 강원도 양양군, 부산 영도구 등 다른 신석기 유적군과 공동 등재를 제안하는 방안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민과의 소통과 나눔을 최우선 구정운영 방침으로 정한 이 청장은 "발로 뛰고, 마음으로 듣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며 생생한 목소리와 생각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라남도 보성 출신으로 마산고교를 나와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강동구의원을 시작으로 본격 정치에 뛰어들었다. 서울시의회 5·6대 의원을 거쳐 민선 4기에 이어 연임했다. 2011년 '대한민국 녹색경영대상 지속가능발전부문'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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