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中企고용 질 저하 대기업 단가인하 압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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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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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지승 기자=제조업부문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이 낮은 것은 대기업의 단가인하 압박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부문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제고와 기업간 분업관계의 개선’ 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부문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바로 이들 계층의 기업에서 고용되는 것이므로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해외수출의 잠식과 국내시장의 개방 등 대내외 경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 500인 이상의 대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위계층의 기업들에게 생산 공정의 일부를 이양하고 단가인하의 압박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세 제조업체 수의 증가 및 고용 확대는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적 위상을 하락시키고 대기업과 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면서 “부당 하도급 거래를 근절시키도록 정부의 감시기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들어 대기업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으로 생산을 이전했다. 1990~2006년 500인 이상 기업의 고용비중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생산비중(출하액 기준)은 매우 근소하게 감소했다. 생산 방식이 자본집약형으로 바뀐 것이다.

반면, 고용비중이 증가한 계층은 5~9인, 10~19인 기업들이었다. 나머지 계층들에서는 고용비중의 변화가 없었다. 이를 통해 해외수출의 잠식과 국내시장의 개방 등 대내외 경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 500인 이상의 대기업들이 경쟁력, 특히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위계층의 기업들에게 생산공정의 일부를 이양하고 단가인하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추론된다.

김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노동집약적 생산을 하위계층의 기업에 이양하고, 이들은 보다 하위계층으로 이양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선 최적 규모 이하에서 생산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업구조의 하위계층으로 갈수록 사업체 수가 많아지는 피라미드형을 이루게 되는 것은 과거의 하청제를 답습하는 등 대기업의 전근대적 외주관리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들은 부품공급의 차질등을 우려해 복수의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협력체가 다른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은 영업비밀 또는 기술개발정보의 유출 등의 이유로 금지시키고 있어 1:N의 관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부당 하도급 거래를 근절시키기 위한 정부당국의 감시기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나 하위계층으로 대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담을 전가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처럼 하나의 기업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으로 된 수직적 분업구조를, 하위계층 기업도 복수의 상위계층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분업구조를 개방적 분업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화와 중소협력업체들의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점증하고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R&D) 및 생산에 특화돼 있으므로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도 해외수출 등에 필요한 기능과 결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전문업체들과 협업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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