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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패트롤> 삼성의 고언(苦言), 인문계도 기술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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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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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황창규 사장과 진대제 사장, 그리고 현재 권오현 부회장까지 삼성전자 CEO를 맡았던 인재들은 공통점이 있다.

IT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뒤 삼성으로 영입돼 경영자로서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이공계 출신 스타 CEO들이라는 점이다.

이공계 출신 CEO를 우대하는 삼성의 조직문화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돼 최근에는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이와 함께 이공계 전공자 가운데 인문·사회과학적 소양까지 두루 갖춘 이른바 통섭형 인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통섭(統攝)은 큰 줄기를 잡는다는 뜻의 한자어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통합적인 사고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제2의 황창규를 꿈꾸는 수많은 이공계 전공자들은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 전공 서적 대신 고전과 소설, 수필 등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노력 때문인지 한 때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이공계 출신 기피 현상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구직자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삼성의 경우 신입직원 중 70~80%가 이공계 출신일 정도다.

IT 등 첨단기술 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공계 출신 인재들은 연구소를 벗어나 사회 각계로 진출하고 있다. 경영자가 되는가 하면 고위 공직자로 발탁되기도 하고 심지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인문계 전공자들의 취업 환경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학점이 아무리 높아도 영어 사교육에 아무리 투자를 해도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 생활 내내 익힌 인문학적 소양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짐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이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쳐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신함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시도다.

삼성은 이공계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자 인문계 전공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삼성이 원하는 통섭형 인재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통섭형 인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이공계 전공자들이 인문학적 소양 쌓기에 매진했다면 이제 인문계 전공자들이 직접 기술을 익혀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라는 주문이다.

인문계 출신들이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얼마나 습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삼성의 시도가 좌절하고 있는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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