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기자=떠들썩하고 흥겹다. 시종일관 떼샷 버라이어티다. 스프링처럼 통통튀며 댄스실력 자랑하는 배우들은 '이게 바로 뮤지컬'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객석도 힐링이다. 미소가 번지고 절로 박수가 터진다.
빨주노초파남보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을 담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그야말로 어메이징하게 무대를 흔든다.
송창의 조성모 정동하 임시완이 주인공 요셉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뮤지컬 황제’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1960년대 후반 만들었던 작품.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인건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의 주인공은 구약성서 창세기 37~50장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다. 야곱의 11번째 아들로 태어난 요셉은 유난히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한다.
오색찬란한 색동옷은 질투의 불씨를 제공한다. 10명의 형들은 요셉이 미웠다. 음모를 벌이고 급기야 요셉은 형들에 의해 이집트 노예로 팔려간다.
아버지앞에선 슬픈척 오열하는 형제들은 사라진 요셉때문에 즐겁기 그지없다.
팔려간 요셉. 인생도 꼬인다. 철장에 갇혀 죽을 신세가 되지만 그에겐 재능이 있었다. 바로 '꿈 해몽'이라는 놀라운 능력. 마침 같이 갇힌 왕의 신하 두명의 꿈을 풀어주면서 기적이 일어난다. 이집트의 왕 파라오의 꿈을 해몽해줄 주있는 기회가 된 것. 파라오의 꿈을 해몽한 요셉은 7년 동안 풍년이 들었다가 다시 7년 동안 흉년이 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파라오는 고마워하며 요셉을 이집트의 총리로 삼고 기근의 해결을 책임지게 했다.
요셉은 역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덕적으로 살아간 인물의 표상이다. 유대인과 그리스도교도들은 신이 어려움에 처한 독실한 신도를 어떻게 보살피는가 하는 본보기로 삼았을 정도.
교과서적이고 옛날이야기같은 이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뮤지컬로 풀어냈을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문장은 이 공연에도 적용된다.
무지개빛 옷을 입은 아이들이 노래하며 시작하는 무대는 처음부터 관객들 마음의 순수를 자극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극의 흐름을 이끄는 해설자 (김선경, 최정원, 리사)의 재기발랄함은 공연의 포인트. 스타카토와 모데라토를 오가며 내지르는 시원한 가창력과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대를 장악한다.
요셉역의 가수(조성모 정동하 임시완)출신 주인공들은 물론 배우 송창의의 '창의적인' 노래실력도 감탄사를 내밭을 정도. 조연들의 빛나는 열연과 미디어 작품처럼 연출한 무대미술도 몰입된 감정의 물결을 배신하지 않는다.
객석과 화끈하게 통하는 순간은 2부. 엘비스 프레슬리가 짝퉁이라며 개그맨 뺨치게 예능감을 선사하는 파라오 왕(조남희, 김장섭, 이정용)장면이다. 거대한 석상의 얼굴이 올라가면 나팔바지에 '한 손 찌르고'있는 엘비스를 흉내낸 파라오 왕의 뒷태만으로도 좌중을 웃긴다.
파라오는 무대위 신하들을 모두 말과 몸태로 기절시키고 급기야 객석으로 향한다.
찍혀진 관객. 빼도 박도 못한다. 관객까지 파라오의 지시에 따르게 되자 왕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가창력+춤+개그감까지 폭발. 객석을 빨아들인다. '파라오 왕'들은 꽃미남 요셉들보다 강하다. 중량급 배우들의 노련함과 무시할수 없는 내공이 팡팡 튀는 순간 관객들을 절정에 달하게 한다.
뮤지컬의 흥겨움의 배경은 9할이 조연배우들의 열연. 다리찢음등을 불사하며 현란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조연들의 '좋은 노동'은 이 공연의 성공을 보장한다.
락콘서트에 온듯 들썩거리는 공연은, 2층에 배치된 오케스트라 지휘자마저 춤추게 한다. 지휘봉을 하늘에 찌르고 몸을 흔드는 '막춤'도 신선한 볼거리다.
웃음과 박수를 끌어낸 무대는 따지고 보면 무서운 이야기다. 막내를 팔아넘긴 형들의 잔인한 현실이지만 곳곳에 웃음폭탄을 장전한채 삶이 늘 심각한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시절 웨버와 라이스는 이미 '인생은 희노애락의 칵테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들뜨는 새봄,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은 물론 은퇴한 할머니 할아버지, 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이등 남녀노소 누구나 볼만한 '힘나는'공연이다.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4월 1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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