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내세운 이면에 '코드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인사의 지역 편중이다. 수도권·영남권 인물들이 대거 기용된 반면 호남 등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국면에서 다짐했던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명의 장관 가운데 호남 출신은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장관 2명뿐이고, 강원·제주 출신은 아예 1명도 없다. 외청장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 3'로 불리는 권력기관장에도 호남 출신은 없었다. 반면 청와대의 인사·민정라인에는 모두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이 기용됐다.
여기에 노른자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산업과 관련된 부처도 TK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는데도 여성 장관은 여성가족부와 해양수산부장관 2명뿐이라는 점도 실망스럽다.
특정 학맥이 부각되고, 지나치게 관료 중심으로 진용이 구축된 것은 통합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민·관 안배와 양성 균형 등 조화를 이루는 인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는 끝났다. 다음은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안 된 기획재정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걸려 있다. 박 대통령이 이를 강행할지가 문제로 남아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 이는 과다한 재산이 드러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과연 청문회가 무슨 필요 있나 하는 회의를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이 신상검증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말했을까만 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와 언론의 검증과정에서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다가도 청문회만 통과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들이 문제이다. 그 순간을 참고 버티어 장관이나 권력기관의 장이 되면서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인물들이 과연 논란이 무성한 정책공약을 어떻게 실천할까 의문이 든다. 현재 국회를 보면 여당의 확고한 뒷받침보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보인다. 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서 보듯 청와대 눈치만 바라봐서는 모든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 인사에 대한 홍역에 이어 정책 입법에서 홍역을 치러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국민의 정직한 직언을 들어보고 정책 입법 추진의 방향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이제 전 국민이 참모이며 측근이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가 대통령의 눈빛을 보면 가슴이 오그라든다고 말했다. 대통령 눈빛에 눌리지 않고 직언하는 사람을 가까이 둬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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