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인 황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에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사의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는 재임 기간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이면 반드시 매각하거나 처리 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다만 행정안전부 산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주식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초 발표한 임원·주요 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황 내정자는 해당 회사의 주식을 25.45%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매각되면 경영권이 위태롭게 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황 내정자가 695억원, 부인이 48억원 가량이다. 형인 황철두씨도 0.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황 내정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조율했지만 법이 워낙 강력해 예외조항을 만들 수가 없었다. 문제가 더욱 커지기 전에 빨리 그만두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사의 표명의 구체적인 이유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1세대 기업인인 황 내정자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동양공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유럽 반도체 회사인 ASM 국내법인인 한국 ASM에서 엔지니어로 10년 가량 근무했다. 이후 1995년 반도체 전(前) 공정 장비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으며, 이후 사업을 LCD 등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장비로 확장했다.
글로벌중견벤처포럼의 초대 의장과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3년 동안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황 내정자의 사퇴로 중소기업계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기청 사상 첫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청장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정책에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인사가 임명됐다가 철회되거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가 갑자기 낙마하는 등 잇달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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