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3월 내내 힘겨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신제윤 1차관과 김동연 2차관이 나란히 금융위원장, 국무총리실장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주요 업무는 실국장이 챙기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주형환 차관보와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이 일찌감치 짐을 싸고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외청장 인선에서는 백운찬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임명되며 세종청사를 떠났다.
현재 기획재정부 내부는 조용하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인사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이 불투명한 것이 인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대변인실에서도 현 내정자의 임명시기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데다 박 대통령도 별다른 행동이 없다. 이 때문에 국장급 인사 시기도 상당히 유동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당시에는 취임 50일이 넘은 3월 13일에 국장급 인사가 이뤄졌다.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 통과만 47일이 걸렸다. 기재부 차관급 인사가 나기 전에 청와대와 외청장 인선이 먼저 발표되는 엇박자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 인사는 상당 폭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행시 27회부터 31회까지 포진된 국장급의 도약이 얼마나 이뤄질지 관심사인 셈이다.
공석으로 남은 차관보 한 자리와 실장급 한 자리는 내부에서 승진할 가능성 높다. 1차관으로 유력한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이 승진할 경우 차관보 공석은 두 자리로 늘어난다.
행시 24회 백운찬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옮기면서 실장급은 사실상 20회 중반 기수가 터주대감으로 새 정부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1급 이하 국장급에서는 대대적인 부서 이동과 과장급 32~34회 기수들의 진입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재부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미주리학파 출신들이 얼마나 국장급에 포진 할지도 지켜볼 사안이다.
기재부 한 고위관계자는 “고위직 공석이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승진과 부서 이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서 승진이나 핵심부서에 배치되지 못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부총리 임명과 관련해 19일 열리는 국무회의나 20일 조직법 의결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총리가 임명되면 가장 먼저 세종청사로 내려와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장 먼저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어 국장급 인사는 이때까지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새로운 실·국장간 대면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춘섭 기재부 대변인은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4월 2일로 예정돼 있다. 부총리 인선 등으로 고려해 5일로 바꿀 예정”이라며 “차관 인사는 부총리가 임명되고 하루 정도 지나고 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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