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대표계열사인 현대상선 조차도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라는 정관 변경 성공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2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힘썼지만 해운업의 침체로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별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5197억원과 9989억원에 달한다. 금융부채를 비롯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 등은 9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실적 부진으로 기업공개가 하반기 이후로 연기된 현대로지스틱스의 풋백옵션에 따른 투자금도 상환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2011년 1월 현대로지스틱스의 3자배정 유상증자 당시 현대상선은 최대주주로서 투자자 우리-블랙스톤 사모펀드(PEF)에 풋백옵션을 제공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7월20일까지 현대로지스틱스가 상장하지 못하면 연 복리 8.5%로 우리PEF의 지분을 돼사야 한다. 매입금액만도 1200억원대에 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선주 발행 한도를 기존 2000주에서 6000주로 늘리는 데 성공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박은경 책임연구원은 “제3자 배정이 가능하게 정관이 변경됐기 때문에 백기사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매입투자자를 모으는 과정과 주당 발행가액을 얼마로 설정하는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2일 주가가 장중 9%를 오갔지만 0.36% 소폭 하락 마감한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100억원만 부족해도 위험한 상황에서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 연기로 풋백옵션 금액을 치러야하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금융비용, 지분법 손실 등으로 인해 세전손실 314억원, 당기순손실 354억원을 기록해 코스피 상장 요건인 최근 사업연도 영업이익·세전이익·당기순이익 등의 플러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편 상장 조건부 풋백옵션과 관련해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인 현대유엔아이(U&I)의 상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010년 현대U&I는 전환상환 우선주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하면서 2년 6개월내 상장한다는 조건으로 풋백옵션을 제시했다. 기간 내 상장 못하면 기관투자자들은 우선주 전환권의 행사가 가능하며, 그 경우 U&I는 연복리 9%를 적용해 우선주를 상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즉 올해 안에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적이 매년 오르는 추세임에도 상장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유엔아이 박영훈 재무팀장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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