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메릴랜드에서 이러한 현행 법규가 너무 엄격하다는 이유에서 마리화나를 소량만 보유했다면 경범죄로 처벌하자는 법안도 나왔었다.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마리화나에 대해 예전보다 관대해진 것은 사실이다.
메릴랜드주와 남쪽으로 주경계선을 둔 버지니아주에서는 여전히 마리화나가 됐든 코카인이 됐든 향정신성 약품에 대해 강하게 처벌한다. 전통적으로 메릴랜드주보다 보수적이고 남부 성향이 강한 곳이라서 같은 범죄에 대해서 보통 처벌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은 워낙 넓은 땅이고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와 인종이 이민을 와서 사는 곳이다 보니 이처럼 주 경계선만 넘으면 달라지는 법률과 환경이 많다. 최근 이슈가 되는 동성결혼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와 뉴욕, 메인 등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합법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지만, 중부나 남부 등 보수 지역에 가서 이런 소리하면 큰일 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메릴랜드에서도 올해 1월부터 동성결혼이 허용돼 그동안 동거인으로만 살던 동성애자들이 결혼식을 올리느라 분주했다. 벌써 1만 쌍이 넘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반면 여전히 버지니아는 안 된다. 중간에 낀 지역인 수도 워싱턴 DC는 타 주에서 한 동성결혼을 인정해주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주 경계선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편한 대로 살기도 한다. 애연 및 애주가는 담배세나 알코올세가 싼 지역에 넘어가서 쇼핑을 한다. 메릴랜드와 동쪽으로 붙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는 물건을 살 때 붙는 판매세가 없어서 비싼 가전제품 등을 사러 가기도 한다. 메릴랜드에서 1000달러짜리 TV를 사면 60달러(약 6만6000원)을 소비자가 세금으로 그 자리에서 내야 하지만, 델라웨어에서 사면 없다.
이러한 다양성, 다원화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배어 있음을 종종 느낀다. 당장 다음 주부터 버지니아의 주요 공립학교들이 1주일간 봄방학에 들어가지만, 메릴랜드는 또 대부분 4월 초다. 이러다 보면 가족 여행이나 여러가지 계획도 달라지고, 부모들의 직장 근무 패턴도 달라질 수 있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나만의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의 삶이 가끔은 부럽다.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서 살고 한 민족·한 문화를 강조하는 한국은 반대로 서로 같은 언행이나 사고를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는 것이 미국 정치의 리더십이다. 서로 다른 지역(주)과 제도(주법)를 묶어서 연방을 만들어 이를 이끌어 가는 미국 정치인들의 리더십을 보고 있으면 신기할 때도 있다. “이렇게 큰 땅 덩어리와 서로 다른 인종이 어떻게 하나로 굴러가나”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태어나 메릴랜드에서 성장해 큰 IT기업가로 성장한 김종훈씨가 한국 정치계 입문에 실패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와 다른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여기서 보면, 한국 정치판은 국회의원, 정치인을 선진국에서 수입해서 써야 할 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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