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들이 공기통을 매고 바다 속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수심 25m에 25~30분 정도이다.
물속에서 공기통을 통해 농축된 산소(20%)와 질소(80%)를 흡입하는데, 수심이 깊어지고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질소는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고력과 기억력이 흐려지는 이른바 ‘질소 마취 현상’이 나타나고 이 현상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하여 하루 바다 속에 들어갈 수 있는 횟수도 2~3회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3년 전 고 한주호 준위는 ‘질소 마취 현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 의해 침몰한 후 생존해 있을지 모를 해군장병들을 구출하기 위해 해군특수전사령부(UDT), 해군 해난구조대(SSU), 육군 공수특임대와 UDT전우회, 중앙119 구조대, 한국구조연합회 등에 소속된 1백70여 명이 구조 작업에 참여하였다.
그 중 한 분이 고 한주호 준위이다.
백령도 3월의 바다 수온은 12월, 1월보다도 오히려 더 낮으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류가 빠른 곳이다.
실제로 그 날의 바다는 발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의 낮은 수온에 유속이 4~5노트 이상이었다.
게다가 손전등을 켜야 30cm 앞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혼탁하여 모든 것을 촉각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구조 작업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많은 특수대원의 부상이 속출했고, 해군특수전사령부(UDT) 한주호 준위는 수심 45m 바다 깊은 곳에서 혹시 모를 생존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바쳤다.
바다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고 한주호 준위가 당시 극한 상황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위험했기 때문에 후배들보다 먼저 자기 스스로를 차가운 바다 속으로 내던졌을 것이다.
실제로 함수가 침몰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이를 설치할 때에도 “내가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니 직접 들어가겠다.” 며 자원했다고 한다.
바다를 자주 찾지만 매번 뛰어드는 찰나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일상의 피로를 달래고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바다로 뛰어드는 보통의 다이버로서 고 한주호 준위의 용기와 희생에 더 큰 경외감을 느낀다.
그 날의 사건 이후로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그 분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긴 것도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경외감 때문일 것이다.
3월 26일은 천안함 피격사건 3주기이다.
잊지 못할 그날 청춘을 바친 46용사와 그들을 구해내기 위해 대한민국에 목숨을 바친 고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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