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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자화상.2010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이 시대의 영원한 아방가르드' 김구림(77)화백이 서울 관훈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4월 3일부터‘끝없는 여정’을 주제로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970년대 '정물시리즈'와 2000년도에 작업한 '음양시리즈'작품 가운데 20여점을 선보인다.
'음양 시리즈'는 디지컬 프린트위에 형상을 지워나간 자유로운 붓질과 흘러내리는 물감이 이루어낸 화면이다.
"동양화가들이 화선지를 바닥에 놓고 그림을 그리듯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작업합니다. 컴퓨터에서 디지털 프린트로 뽑아낸 캔버스면의 어떤 사물(얼굴이던, 꽃이던)과는 상관없이 큰 붓질로 그 형상을 지워 나가죠. "
김구림 화백은 "나는 일반 화가들이 대상들을 그리기 위해 만들어진 붓을 쓰지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붓은 사물의 형태를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는, 목이 넓은 단지 칠을 한다든가 바른다는 기능 밖에 할 수 없는 도구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캔버스를 세워놓으므로 마르지 않은 물감이 흘러내리는 자연의 형태에 순응하는 것이며 그것은 신비한 화면으로 둔갑되어진다"면서 "기교가 없는 붓질은 가장 순수한 기교일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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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Easel, 162.2x97.0cm, 캔버스에 아크릴, 목탄, 1976 |
아크릴과 목탄으로 그려진 '정물 시리즈'는 이젤 유리병등이 스케치하듯 담겼지만 사물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김구림의 존재를 미술계에 확실하게 각인한 작업은 70년대에 그려진 정물시리즈였다"며 "다소 기이한 영역, 공간 상황을 연출해보인 그림이지만 동시대 문화와 삶에 대해, 잃어버린 감수성과 상상력에 대해, 진정한 인간의 생의 욕망에 대해 기술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 미술계에서는 보기 드문 다소 경이로운 자취"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1960~70년대 전통예술에 반발해 다양한 실험을 했던 국내 전위예술 1세대 작가로 유명하다. 1960~70년대 비디오 아트, 보디페인팅,행위예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품세계를 펼쳤다.
이후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백남준과 2인전을 여는 등 현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2000년 귀국한 이후에도 쉼 없이 작업을 계속해왔다.
지난해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시키드 생팔, 잭슨 폴락, 쿠사마 야요이, 신디 셔먼 등이 참여하는 영국 현대미술관인 런던 테이트 모던 기획전에 초대받아 작품을 출품했었다.
한편,오는 7월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초대전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02)733-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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