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병 출신 국방장관에 여성 대통령 경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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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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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과 참 다른 점을 느낀다. 언어는 당연하고 문화, 제도, 관습 모든 것이 낯설다.

설날, 추석을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외국 명절도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는 여러 번 먹어봤지만, 그 깊은 맛은 영 모르겠다. 몸에 밴 생각과 관습(또는 문화나 전통)은 그만큼 변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법으로 만들어진 제도나 외국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좀 다르다. “좋다.” 생각 들면 “한국도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 들고, “아, 이건 아닌데.” 하면 한국의 제도가 부럽다. 성인이 돼서 외국에 건너온 좋은 점은 이렇게 양쪽 사회를 체감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지닌 미국의 국방부 장관은 대대로 별 출신이 하지 못했다.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1· 2차 세계 대전이나 한국전쟁 등 긴박한 전쟁상황이 전개되면서 군 출신이 바로 임명됐다. 참 이상하지 않나? 한국에서는 별 네 개 그것도 육군 출신이어야 국방장관을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별 출신을 아예 국방장관에 기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있다. 군복을 벗은 지 7년 정도 돼야 한다. 한국전쟁을 치룬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법으로 만든 이 제도는 지금도 거의 관습처럼 지켜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가의 대표는 유권자들이 뽑은 민간인(군 출신 대통령 몇 명 빼고)이 하고, 마찬가지로 군대 통솔도 민간인이 하라는 뜻이다. 고위 장성이 군복을 벗고 몇 년이 지나면서 민간 경험을 할 수 있고, 군과 일반 사회 장단점을 익히고 균형적 사고를 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문화는 합리적이다.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달 상원에서 어렵게 인준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졸병 출신이다. 두 나라의 계급 문화가 달라 하나로만 지칭할 수 없지만 한국으로 말하면 병장이나 초급 하사 계급을 달고 베트남전에서 1년여를 복무한 게 헤이글의 군 경력이다.

조지 W. 부시 때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81)도 외견상 모습이 마치 군에서 수십 년 복무한 사람 같지만 실은 3년이 다다. 1954~1957년 해군에서 대위로 제대했다. 럼즈펠드는 지난 1975~1977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13대 국방장관을 하는 등 미국 역사상 최연소(43세) 및 최고령(74) 국방장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실장 하면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26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권력의 주변과 핵심을 넘나들며 법으로 주어진 권한 이상을 가졌던 남자들이 적지 않았던 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148년 대통령 비밀경호국(SS)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줄리아 피어슨을 국장에 앉혔다. 아무리 남녀 구분이 없는 세상이라 하지만 파격적이었다. 이제 비밀경호국 남성 직원들은 근무상 외유 때 몰래 술자리나 그보다 더한 추태도 부리기 어렵게 됐다. 여성국장 임명에는 그만한 뜻이 있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피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국방장관은 물론이고 한국의 여러 장관 등 정부 주요 보직에 내정된 사람이 검증과정에서 물을 먹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동정할 일은 따로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는 먼지가 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먼지를 줄여 나가야 더 깨끗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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