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9일 현 재정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추경 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을 비롯해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까지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이 일제히 추경 편성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나섰다.
앞서 28일 오전에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오후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3.0%에서 2.3%로 대폭 낮추며 국내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틀간 경제전망에서 '어렵다. 부정적이다. 심각하다'는 식으로 향후 한국 경제가 적신호라는 부분을 부각시켰다.
결국 정부는 이 같은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한국형 재정절벽'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은 민생안정을 꾀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일종의 모험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추경에 대해 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잡은 것도 추경과 세수 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조원동 경제수석, 현오석 부총리, 이석준 2차관 등 새 정부 경제팀 수장급이 경제위기론까지 거론하며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정부가 수립한 추경을 원활히 국회를 통과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추경 편성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정치권도 추경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오는 8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국채 발행과 증세 방안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한 격돌이 예상된다.
여야 모두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재원조달 방안과 지출 내역 등에서 이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청와대까지 나서며 재정절벽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며 불안감을 조성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이 전면 국채 발행으로 정부의 추경 의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증세 등 근본 대책 없는 무분별한 국채 발행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은 31일 추경 편성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대선 전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발표했다가 대선이 끝나자 3%로 낮추더니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또다시 2.3%로 낮췄다"며 "모든 과오를 과거 MB정부에 돌리고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장률을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개혁과 세제 개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부자 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음성탈루 소득 과세 강화 등 서민들의 부담은 늘리지 않고 조세 공평성을 제고하면서 조세부담률을 적정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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