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김정우 기자=7개월째 이어지는 돼지가격 폭락으로 대한양돈협회를 비롯한 축산 농가 대표들이 거리로 나선 가운데 물가를 잡고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았던 정부 정책이 축산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 가운데 하림, 동원그룹 등 대기업의 축산분야 진출로 사육, 사료, 유통 분야의 시장 독·과점화는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영농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일 농촌경제연구소는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제한 법률(축산법 제27조)이 삭제된 이후 가격급락 등 시장 혼란과 양축 농가의 기업 종속화가 전망된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 주도로 사료 원료곡물 가격 상승분이 사료 판매가격에 전가되는 등 양축농가의 경영비가 증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축산법 제 27조는 모돈 500두 이상의 양돈업, 5만수 이상의 양계업 등 일정규모 이상 축산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농업분야 투자유치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일환으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제한조항 삭제’를 추진, 2010년 1월 법률 조항이 삭제됐고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이 합법화됐다.
더불어 2009년 3월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 9554호)'의 개정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출자총액제한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축산업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 사조그룹, 이지바이오시스템그룹, 동원그룹 등 대기업의 축산 전후방 산업 참여로 사육, 사료, 유통분야의 시장 독·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사육분야는 대기업 중심의 계열화 사업을 중심으로 사육부분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다. 배합사료업계에서는 대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사료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료기업의 계열그룹화가 급속히 진행 중에 있다.
유통분야는 이마트가 '이마트 미트센터'를, 롯데마트가 축산가공센터를 개장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직접 축산물처리시설을 운영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커질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사육 및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면 축산농가의 입지가 좁혀지는 동시에 농협의 축산물 판매사업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최근 축산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에 대한 법제화 요구 및 갈등 고조 양상을 보인다. 2010년 8월 하림그룹의 ‘안성식육종합센터’ 설립 추진이 생산자단체의 반발로 건립계획을 철회, 2012년 4월에는 사조그룹의 가금산업(토종닭 등) 진출에 대한 축산단체의 반대 집회로 철회됐다.
강병규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향후 양축농가의 경영안정 및 생산기반 보호를 위해 축산 전후방 산업 중 사육부문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 제 27조’ 조항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농협은 산지조직화 및 소비지 판매시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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