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 이도 이윤신대표 "내가 만드는 건 작품이 아니라 생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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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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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가회동에 이도 본점 리뉴얼 복합문화공간으로 오픈<br/>10일부터 '쌀롱드 이윤신'전..청연등 그릇 400여점 전시

'생활자기'선구자 이도 이윤신 대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찬장 제일 좋은 곳에 모셔놓을게요."(손님)

"이건 쓰는 겁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써요."(손님)

생활도자기를 제작하는 이도의 대표인 도예가 이윤신(55)씨는 "전시를 열때마다 귀한 작품 대하듯 하는 관객들 반응이 아직도 부담스럽다"며 "내가 만든건 그릇이지 작품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도예가들이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그릇은 '제품'이라고까지 강조했다.

4일 낮 서울 가회동 이도 본점에서 만난 이윤신 대표는 "작품의 컨셉을 물어볼때마다 당혹스러워요. 그냥 그릇이거든요. 실용자기…."라며 당당했다.

"처음부터 그릇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그릇은 음식을 담는 것"이라며 기능미를 강조했다.

" 그릇은 음식을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식욕이 당기게 보이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그릇은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는게 제 작업의 철학입니다.”

푸른빛의 유약과 흑빛의 태토가 하나로 어우러진 청연.

이 대표가 '실용자기'라고는 하지만 격조있는 '자기의 품격'이 강하다.

질박한 느낌의 이도의 그릇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소박한 '한국의 멋'이 스민 작품같은 그릇으로 '식탁 문화의 교양'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입점과 조선호텔 롯데호텔 일식당과 고급 레스토랑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요리 연구가 장 조지가 진행한 요리 프로그램 ‘김치 크로니클’에도 나와 해외에서도 '한국의 그릇'으로 주목받았다. 또 각종 드라마와 인테리어 협찬을 통해 눈썰미 좋은 20~30대까지 공략하며 '우리 그릇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도예계의 스타'다.

일상에서 '생활 자기'를 강조하는 이 대표는 일본유학시절때 받은 충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라면집에서도, 선술집에서도 도자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더라고요. 또 도예작가라고 하면 경외감을 가질 정도로 존경해주는 일본문화에 깜짝 놀랐어요."

1980년대 후반, 당시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의 발달로 스텐인레스와 플라스틱 식기가 식탁과 음식문화를 점령하던 때였다. 일본의 자기사랑과 도예문화에 감동을 받은 이 대표는 "공예문화를 한국에 알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본에서 큐레이터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귀국후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했지만 도예 문화를 알리기엔 여건이 허락치 않았다.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릇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박여숙화랑, 서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작가로서도 인정받았다.
따뜻한 감성을 더해 한식과 양식이 어우러지는 여울 라인.

“‘이윤신’ 하면 공예가도 아니고 사업가도 아닌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저는 그릇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한, 그냥 작가에요."

마케팅에 집중하다보니 도예계선 '장사 하는 이윤신'으로 비춰진다. 또 화려한 이미지때문에 '직접 그릇을 만들겠냐'는 편견도 많다.

하지만 이 대표는 "8시 출근 8시간이상 그릇을 만드는 직업인"이라며 샐러드를 먹을때나 음식을 먹을때도 머릿속엔 늘 그릇 디자인으로 복잡해지고, 꼭 스케치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디자인부터 물레질까지 그릇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이 대표는 '수공예의 가치'를 지향한다.

이도는 예술성 짙은 생활도자를 추구하지만 손으로 빚어내는 장인정신이 깃들어있는게 특징.
손으로 만들다 보니 모양도, 크기도 조금씩 달라 반품도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수작업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량 생산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수공예의 가치는 세계 어디에 가든, 시간이 아무리 흐를지라도 영원히 지속하는 것이죠. 빠름빠름하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신 대표의 신작. 윤빛. 하늘빛의 그릇은 우아한 아름다움이 스며있다.

그릇을 만든지 25년. 이젠 이윤신하면 '이도(yido)', 이도하면 '생활자기(그릇)'으로 브랜드가 정착됐다.

1990년 이도공방에서 시작한 회사는 사업이 확장되면서 덩치도 커졌다. 2004년부터 인사동 ‘쌈지길’에 도자 매장 ‘이도’를 내며 직접 유통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6년 서울 소격동에서 '이윤신의 그릇-이도'로 상호를 변경한 후 2011년 서울 가회동에 본점을 신축 이전, 이윤신의 이도로 법인전환했다.

올초 4년만에 리뉴얼을 마친 이도 본점은 도자문화를 한눈에 볼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영세한 작업으로 많은 도예작가들이 화랑과 갈등을 겪고 휘둘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도예가)같이 힘을 합해서 나갈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이룬 공간이기도 하다.

2개층에 있던 매장 규모를 1개층으로 줄여 작가를 지원하는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도예그릇을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닌 작가들을 지원하며 공동체를 구축해 도예 작가 작품을 밀도있게 홍보 전시할 예정이다.

또 카페로 운영하는 지하층에는 올 하반기부터 미술 음악 무용 인문학등 전 문화장르를 아우르는 아카데미 강좌도 운영, 우리그릇과 식문화의 아름다움을 일반대중과 공유할 방침이다.

이도는 리뉴얼 오픈 기념으로 이윤신 대표의 모든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쌀롱드 이윤신'을 타이틀로 이 대표가 5년만에 여는 이 전시는 아뜰리에와 응접실, 고급상점을 재현하는 전시로 펼친다.

'아, 이거야"하고 90년대 만든 초기작이자 스테디셀러 '청연' 대표작과 하늘빛이 감도는 '윤빛' 신작 등 '이윤신의 그릇' 400여점을 선보인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신 제품(작품)을 런칭할 겁니다. 오는 9월 열리는 파리 메종드 오브제에 참여할 계획도 있고요. 이도의 그릇, 유럽에서 통할 것 같지 않나요? 호호~". 전시는 30일까지. (02)722-0756.
서울 가회동에 리뉴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이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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