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빨리 북한의 개성공단 우리측 인원 전원 철수 요구설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이 사실상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 폐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활동 차질과 남측 근로자의 신변안전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우리측 인원 철수 요구설은 10일까지의 통행(귀환)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요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우리 당국에 통보해온 것은 없고, 북측이 현지 입주기업 몇 곳에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도 "통상 출경할 사람의 명단을 일주일 전에 받는다"며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입주기업 대표들에게 10일까지 출경할 주재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이게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는 파산 전야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공단 폐쇄 위협 수위를 더욱 높였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못된 입질을 계속해 시끄럽게 놀아댄다면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아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는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의 철수까지 언급한 것이다.
이날 화제의 발단이 됐던 통행계획 제출 요구는 개성공단이 5일부터 휴일·주말체제로 들어가는 만큼 통상적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5일은 북한의 민속명절(휴일)인 '청명절'이고 6일부터는 주말이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측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남쪽으로의 귀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우리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는지 가늠하기 위해 통행계획서를 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전면적 통행 차단 등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은 개성공단 실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공단 내 123개 남측 기업에서 5만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는 연간 8000만 달러(한화 890억원) 수준이다.
근로자 1명당 월평균 134달러를 주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북한 근로자에게는 기초적 배급과 월급만 주면 된다. 따라서 연간 8000만 달러의 80~90%를 북한 당국이 챙기게 된다.
2004년 12월 공단 가동 직후부터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직불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역시 북한의 반발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북한에 개성공단은 합법적이며 유일한 외환벌이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 즉각 행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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