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평양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지난 5일 철수 권고가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나라별로 다른 뉘앙스의 권고를 통해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동시에 정확한 철수 시점 언급을 배제하는 등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외교단을 3개 그룹으로 나눠 관련 브리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별도로 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은 한꺼번에 불러 철수 권고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운운하며 외교단별로 "철수 계획이 있느냐", "10일 이후에는 안전보장을 해줄 수 없다", "10일까지 평양에 남아 있을 사람의 명단을 내라", "철수시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 등과 같은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소식통은 7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북한이 언제까지 철수하라고 확정적으로 말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나라별로 들었다는 내용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볼 때 북한 외무성의 브리핑 자체도 약간 모호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북한의 심리전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올리면서 그 근본 원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대비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을 흔들려고 했다는 게 정부 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한반도 상황을 이유로 철수까지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행동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주평양 외교단에 철수를 권고한 것과 관련 "중국도 북한의 언급 내용을 일종의 수사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평양에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관련국들에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런 심리전 속에서 지난달 말부터 금지했던 외국인 관광객의 모바일 인터넷(휴대전화로 인터넷 접속) 사용을 이달 초 다시 허용한 것으로 전해져 긴장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 이달 중순 양국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를 연기하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