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까지 무리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날 중구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김 총재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조화로운 운용과 과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김 총재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시건전성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거시건전성 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시건전성 정책 수행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주요 20개국(G20)·금융안정위원회(FSB)·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국제통화기금(IMF) 등을 중심으로 경기대응완충자본 및 유동성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체계 및 수단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선물환포지션 한도 제한·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외환건전성 정책 수단을 실시한 것과,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활용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김 총재는 그러나 “세계 각국이 거시건전성정책 수행 경험이 충분치 않고 금융불안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적 리스크 지표가 개발 중인 상황에서 거시건전성정책이 통화정책과 상호 보완을 통해 만족할만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정책 모두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를 변동시킴으로써 정책효과를 발휘하는 측면이 있어 정책 간 효과가 중복 또는 상충되어 조화롭게 운용되지 못한다면 정책효과가 과도하게 발휘되거나 상쇄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그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 등 금융기관의 규제차익 추구가 정책효과를 저하시킬 가능성 △경기하강기 적용 시 비대칭성 확대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위기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김 총재는 “현재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국제기구 등에서 마련한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방안이 상호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개별 국가 내에서의 거시경제정책 간 조화로운 운용 뿐만 아니라 규제차익을 차단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국가 간 정책 공조도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영국의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와 디미트리 초모코스 옥스퍼드대 교수를 비롯해 백웅기 상명대 교수, 장 민 금융연구원 실장, 서상원 중앙대 교수 등 국내 학계 인사 및 한은 직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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