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2년 마스터스연습라운드 때 16번홀에서 물수제비 '서비스 샷'을 선보이는 선수들. 왼쪽부터 마크 오메라, 타이거 우즈, 션 오헤어. |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해마다 4월 둘쨋주가 되면 골퍼들의 이목은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의 소도시 오거스타로 쏠린다. 그곳에 있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이 모여 대회를 치르기 때문이다. 바로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다. 1934년 시작돼 올해 77회째인데도 그보다 배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142회)의 권위와 맞먹는다. 왜 그럴까. 마스터스는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라는 점 외에도 다른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는 김경수 골프전문기자를 현지에 보내 2013년 대회(4월11∼14일)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단순한 대회를 넘어 ‘골프 문화’의 향연장으로
마스터스도 4라운드를 치러 최종일 챔피언을 가린다. 그런데 마스터스는 챔피언 못지않게 월∼수요일의 연습라운드와 목∼일요일의 본대회까지 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갤러리를 위해 꾸며진다. 16번홀(파3)은 그린앞에 연못이 있다. 선수들은 연습라운드 때 이 홀에 다다르면 갤러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 골프볼로 물수제비를 뜨는 것이다. 낮게 쳐서 볼이 물위를 몇번 바운스한 뒤 그린에 오르면 갤러리들은 탄성을 내지른다. 마스터스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수요일 열리는 ‘파3 컨테스트’는 선수와 가족·갤러리가 하나가 되는 마당이다. 선수들은 아내나 어린 자녀에게 백을 메게 하는데, 갤러리들에게는 또하나의 볼 거리이자 웃음거리다.
‘마스터스 위크’에는 교습가, 클럽메이커 수장, 각국 골프협회장 등 골프계 거물들이 모여 담소하고 마시며 즐긴다. 골프장측은 거의 매홀에 스탠드를 설치, 갤러리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 ‘꿈의 구연(球宴)’이란 표현이 여기서 나왔다.
◆독특함·당당함이 오히려 명성 드높여
메이저대회 중에서 특정 골프장이 매년 대회를 주최하는 것은 마스터스밖에 없다. 출범이래 한 장소에서 줄곧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마스터스가 유일하다. 코스에는 여느 대회와 달리 상업적 간판이 없다. 오로지 초록색과 노랑색으로 된 마스터스 로고만 있을 뿐이다. 마스터스는 프로암도 없고 쓰는 용어도 특이하다. 갤러리를 ‘패트론’으로, 러프를 ‘세컨드 컷’으로, 벙커를 ‘샌드 트랩’으로 부른다. 엄격한 기준에 맞는 소수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으며 구경도 아무나 할 수 없다.관람권 구매를 위해서는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회원은 약 300명이며 베일에 가려있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기존 회원의 추천 및 심사를 통과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회원가입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고 지난해에야 비로소 여성 두 명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이 골프장의 문턱을 보여주는 예다. 공식 중계방송사인 CBS의 게리 매코드가 이 곳 그린을 가리켜 ‘비키니에 왁스를 칠해놓은 것처럼 미끄럽다’고 표현하자 골프장측은 ‘점잖치 못하다’며 CBS측에 해설자 교체를 요구해 관철한 적도 있다. 다른 대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과 당당함으로 마스터스의 명성을 구축해온 것이다.
◆‘빠른 그린’이 트레이드 마크
골프장측은 대회가 끝나면 5∼10월에는 문을 닫는다. 이듬해 대회를 위해서다. ‘1년을 준비해 대회를 연다’는 표현이 적절할 성싶다. 문을 여는 기간에도 비회원은 회원을 동반해야 들어갈 수 있다. 페어웨이에 디봇 자국이 눈에 띄지 않고 그린에서도 좀처럼 벙커 모래를 볼 수 없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린은 ‘예술’에 가깝다. 18개홀 그린밑에는 비·눈·무더위에 끄떡없도록 자동 통풍 시스템을 해놓았다. 공평한 조건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
무엇보다 큰 특징은 유리판처럼 빠른 그린이다. ‘마스터스의 승부는 그린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전설처럼 내려올 정도다. 특히 3, 6, 9, 13, 16번홀 그린이 빠르다. 2∼3m거리에서도 3퍼트, 4퍼트를 하는 일이 심심치 않다. 그래도 선수들은 코스를 탓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변별력있는 코스 셋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76번 대회가 치러지는동안 나흘내내 60타대 스코어를 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골프 비즈니스의 성공적 모델
마스터스는 스폰서의 광고판이나 로고 텐트 등이 전혀 없다.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하는 US오픈조차도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놀랄 일이다. 마스터스도 암암리에 후원을 받긴 한다. IBM AT&T 엑슨모빌 등 세계적 기업들이 마스터스의 3대 협력 파트너다. 마스터스는 그러나 후원금보다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더 많다. 1주일간 각종 기념품 판매를 통해 4000만달러를 벌어들인다. 입장권 판매 및 중계료로 1000만달러 이상씩을 챙긴다. 그밖의 수입을 합하면 올해 총 6000만달러(약 700억원)를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액수는 총상금(지난해 800만달러), 대회 개최 비용 등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마스터스는 골프대회 하나만 잘 해도 비즈니스적 성공을 거둘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smk@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