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국어·스페인어로 詩쓰는 구광렬의 '슬프다 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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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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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난 무량한 점으로 이루어진 선/기력을 다해 몸의 끝점을 그림 밖으로 밀쳐보지만 빠져나가는 건 해질녘 연기 같은 내 그림자뿐/ 믿을 건 기도밖에 없으나 기도는 내 몸의 지도를 더듬을 때만 역사하는 것이니, 부피 없는 두 손을 모을 순 없고.//흐르는 구름 아래 정지된 숲, 몸통의 반이 그림 밖으로 돌출된 새, 까악까악 슬피 노래하다 기쁨으로 우는, 빠져나가다 만 그림자 반장./('슬쁨' 부분)

한국어와 스페인어, 2개국어로 시 작업을 하는 구광렬 시인(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이 여섯번째 한국어 시집 '슬프다 할 뻔했다'(문학과지성사)를 발간했다.

1980년대 중남미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 "인종 도가니 속의 혼종문화 틈에서 ‘나’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시간, 공간, 인간속에서 엮어진 '나의 재발견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시 속에 불현듯 끼어드는 ‘일상의 환상’이라 할 만한 이미지들은 남미 초현실주의 화풍의, 낯설고 신비로운 아우라를 뿜어낸다"는 평가(김영희 평론가)를 받고 있다.

시를 쓴지 30년째라는 구 시인은 "중남미에서 시를 공부한 덕분에 동양의 종교, 철학, 사상에, 께베도의 기지주의(Conceptism), 루벤 다리오의 모더니즘,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의 마술적 사실등 라틴의 사상, 철학, 예술을 접목하여 동서를 어우르려는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문인수 시인은 "구광렬의 시는 국내외의 정치,경제,사회문제를 풍자하고 꼬집는가하면, 우리네의 ‘흙맛’ ‘불맛’으로 담근 ‘마지막 김치’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했고, 이성복 시인은 "그의 시는 바다에서 나오는 진주가 조개의 병이라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아름다움은 지독한 고통의 배설물이라는 점을 납득시킨다"며 추천사를 썼다.8000원.

◆구광렬 시인=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목동생활을 하고 싶었던 청년시절,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했다. 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El Punto)> 및 <마른 잉크(La Tinta Seca)>에 시등을 출판한후 중남미 시인이 된후 다섯 권의 스페인어 시집을 내고 멕시코문학협회 특별상, 브라질 문학예술인연합회 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한국의 실천문학사에서 출판한 에세이집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200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 책은 2011년 대산문화재단으로부터 번역지원을, 2012년에는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지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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