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거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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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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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중소 화장품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파워블로거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제품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리뷰 조건으로 활동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악의적인 글을 올리겠다며 담당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 패션 홍보대행사 직원도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파워블로거인데 왜 론칭 행사에 초대하지 않았냐며 제품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다른 업체관계자는 파워블로거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악성 리뷰가 온라인에 퍼지는 바람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매주 블로거들의 모임에 불려가 식대와 유흥비 등을 결제하는 마케팅 담당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의 탈을 쓴 일부 파워블로거들의 악행이 뷰티·패션업계에서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의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8일 "대기업은 물론, 힘없는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영업하는 파워블로거들이 여전하다"며 "이들의 행태에 업계에서는 블랙블로거(파워블로거를 사칭해 기업을 협박하는 블로거)나 파워블로거지(블로그와 거지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로 업체 측의 의뢰를 받아 특정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후기를 온라인 상에 올리면서 수십만원 상당의 제품을 협찬 받거나 건당 10만원~2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바이럴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블로그 운영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등장했다. 유명 블로거의 경우 억대 연봉을 올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TV광고 한편보다 파워블로거가 올린 제품평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처음 의도와 다르게 블랙블로거가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업체 관계자도 "론칭 행사에 대포 카메라를 들고 등장해 '나 파워블로거'라며 VIP 대접을 요구하는 이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면서도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신제품을 망하게 하고 싶냐'는 어깃장에서 중소기업의 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피해가 소비자에 그대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파워블로거 마케팅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과 일부 블로거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솔직한 구매 후기'로 믿고,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만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의 활동비만 지급해 수만 명의 온라인 고객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블로거 마케팅을 기업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블로거와 기업은 결국 공생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블로거를 집중 육성하는 전문업체도 생겨나는 만큼 기업형 블로거에 속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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