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이하 드림허브) 지분의 2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사업 부지에 포함된 용산 철도정비창의 땅주인이다. 땅값을 반납하면 토지매매계약이 해제되고 사업구역 지정이 취소돼 자동으로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용산사업이 파국을 맞은 이유로는 비싼 땅값, 취약한 자본구조, 무리한 사업부지 확장 등 내부적인 모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용산 철도정비창 땅값은 당초 8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부동산 거품과 건설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8조원까지 올랐다. 현재 이 부지의 가치는 3조8000억∼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예상 땅값이 4조원 밖에 안되지만 8조원이나 사용해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싼 상업시설을 많이 넣어 전체 사업성은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성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최소 10∼20%인 반면 용산사업은 3.77% 뿐이라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도 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용산사업을 연계해 서부 이촌동 일대를 개발 계획에 끼워넣어 보상비 3조원이 추가되고 반대 주민들이 집단 민원에 나선 것도 사업이 망가진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또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주요 주주들이 자금 조달을 둘러싸고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사업 파행에 한 몫 했다.
코레일은 금융위기 이후 자금을 추가 조달하기 위해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들에 PF보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지분만큼만 책임을 지겠다고 반발하다가 2010년 9월 대표주관사 지위를 반납했다.
이후 삼성물산 지분 45.1%를 임시로 넘겨받은 롯데관광개발이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70.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자 코레일과 주도권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코레일은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했지만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 출자사들은 당초 계획대로 일괄 개발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용산사업은 지난 3월 12일 만기를 맞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00억원에 대한 선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했고 이는 사업 청산의 시발점이 됐다.
이들은 스스로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민간 부동산개발사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코레일은 오는 9일 드림허브에 돌려줘야 할 토지반환대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 돈을 반환하면 드림허브는 사업 시행사 자격을 잃게 돼 사업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6월까지는 나머지 땅값을 모두 갚고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소유권을 되찾는 한편 이달 말까지 드림허브에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