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로펌 등 관련 기업체 취업이 제한될 수 있는 상당수 사무관급 이하 조사관들이 기업체에 이력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성사될 경우 해당업무 공백상태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 법에 적용되지 않기 위해 일부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서로 승진을 기피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과 로펌 등에 이력서를 낸 사무관만 2~3명에 달하고, 사무관급 외에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9일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육아휴직과 다른 부처로 이미 이동한 직원 등 최소인원으로 버티고 있는 공정위의 일부 조사관들이 로펌 등 기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있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퇴직 후 2년간 관련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5급 등 사무관급 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진을 희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는 18일 예정된 공정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직후 부위원장을 비롯해 대대적인 실·국장 및 과장급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공직자윤리법상 로펌 등 기업체 취업이 제한될 수 있는 사무관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공정위 퇴직 공무원들이 대기업이나 대형로펌에 재취업하는 실태가 논란이 되면서 정부는 관련 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공직윤리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는 부작용만 초래한 셈이라는 게 공직자들의 주장이다.
퇴직 후 2년간 '백수'로 지내야 하는 공무원들은 4급 이상 선배들의 모습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공정위 조사관은 "공정위 선배들이 30년간 공직에 머물면서 1급 아니면 부위원장까지 올라가지만 퇴직 후 뒷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며 "공직 마감 후 취업의 자유를 강제 규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공정위는 전체 조직 중 3분의 1가량의 인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종시 리스크'가 다가오면서 과장급 미만인 공직자 20여명이 줄지어 육아휴직을 사용한 데다, 그동안 인기가 없던 국방부 등 다른 부처로 이동한 직원과 파견자 등 외부 인력을 제외하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버티고 있다.
특히 세종시 리스크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관련기관 취업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공정위는 이미 인력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공정위 한 고위 관계자는 "퇴직 후 로펌 등에 진출해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시선은 노파심일 뿐 오히려 법적 논리로 뜨거운 진검승부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부위원장을 비롯한 선배들이 직원을 다독이고 독려하면서 이끌어왔지만 공직자윤리법 제한에 걸릴 바에 로펌 등 기업체로 나가 활동무대를 넓히려는 인재들이 많아져 걱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직자윤리법 강화로 조직을 나가려는 밑에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면 차후 인력 보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반포 청사 시절에는 위치가 좋아 인기가 높았고 기업 조사가 수월하다는 장점 등도 메리트였으나 모집공고를 내도 희망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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