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리카싱 홍콩 청콩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11일 청콩그룹 영빈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삼성과 청콩(長江).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대기업의 합작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사 모두 경쟁력을 갖춘 통신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사업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향후 플랜트·건설·엔지니어링 분야로 합작 관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이 홍콩에서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11일 삼성전자는 아일랜드 이동통신사인 아일랜드 허치슨 3G와 LTE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더블린을 시작으로 전국망 LTE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일랜드 허치슨 3G의 모회사인 홍콩 허치슨 왐포아는 청콩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삼성과 청콩그룹 간의 합작 관계가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영국 허치슨 3G와도 LTE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올해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오는 2017년까지 LTE 전국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허치슨 왐포아 자회사들의 LTE 네트워크 구축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홍콩으로 건너가 청쿵그룹의 리 회장과 만났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허치슨 왐포아의 자회사인 영국 허치슨 3G의 LTE 기지국을 독점 공급하게 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앞으로도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허치슨 왐포아는 영국과 아일랜드 외에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인도네시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지역 역시 삼성이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잠재적인 시장인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은 아직 후발 주자인 만큼 허치슨 왐포아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LTE 네트워크 구축 사업 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합작을 추진할 여지가 많다. 삼성은 허치슨 왐포아의 글로벌 자회사망을 활용해 스마트폰 보급을 확대할 수 있고 허치슨 왐포아도 협상 결과에 따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삼성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콩그룹은 애플과 가격협상 등에서 자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리 회장의 회동이 이뤄졌을 당시 홍콩 언론들은 청콩그룹이 삼성과 손잡고 애플 견제에 나섰다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플랜트와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삼성과 항만, 발전, 수처리 운영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청콩그룹이 협력할 경우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재계 인사는 “아시아를 재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의 만남이 형식적인 건 아니었을 것”이라며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외에도 추가적인 합작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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