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 '신용정책'의 효율성에 방점…정부와 엇박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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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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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묶어두면서, 인하를 기대했던 정부와 시장의 체면을 구겼다. 한은은 대신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개편하면서 정책공조의 끈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은이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경기 인식에 대한 정부와의 시각차, 경기부양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통화정책'보다 '신용정책'에 초점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통화정책의 실효성보다 미세조정을 통한 자금공급이 효율적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7월과 10월 단행했던 금리 인하 효과가 지금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통화정책이 (재정정책보다) 훨씬 더 완화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리 인하 조치가 결국 정책공조의 차원에서 결정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의미다.

대신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제도로 눈을 돌렸다. 한도액을 3조원 늘린 12조원으로, 연 1.25%이던 금리는 0.5~1.25%로 낮췄다.

한은은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6조~12조원으로 증가하는 한편, 금리 감면폭도 현행 평균 0.25%포인트에서 0.51%포인트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는 결국 시중에 과도하게 풀려있는 유동성이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신용정책을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안순권 연구위원은 "정권 초기에는 미시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며, 재정·금리정책만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김 총재는 소위 중소기업을 위한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금리 동결의 우선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1%대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물가가, 복지정책 효과의 제거 등으로 하반기 3%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그 배경이다. 기준금리가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도 요인으로 꼽았다. 금리를 내리면 부채가 확대될 수 있고, 금리를 높이면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한은이 여전히 경기가 완만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도 동결 결정을 이끌어낸 요인이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는 당초 2.8%에서 기술적 조정을 거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김 총재는 이날 북한 리스크와 엔저 현상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변수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상황을 상정해 미리 대처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한은이 이날 소신 결정을 내리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은이 이번 결정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의 의지를 다지는 정부와 엇박자를 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재홍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의 유동성 상황이 다소 나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소비가 회복돼야만 안정적인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결정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놓고 의견 팽팽

그렇다면 한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동결에 대한 한은의 입장이 확고했다면 2분기 내에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한은이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스탠스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관점에서는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오히려 향후 경기에 대한 정책 여력을 비축함으로써 2분기 중으로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에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향후 정책 카드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서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의 유재호 연구위원 또한 "정부의 협조 요청은 더 거세질 것이므로 경기부양, 부동산 안정, 추경용 국채 발행, 엔화 약세 대응에 있어 시중금리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금통위가 4월 결정으로서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자평' 한다면, 5월 이후 공조 모드로의 전환은 더 용이해 보인다"고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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