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인한 신흥시장 통화 강세에 관해 폴 리처드 UBS 수석전략가가 내린 평가다. 일본은행(BOJ)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하자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급등했다. 엔화는 달러당 100엔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흥국들이 우려했던 환율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BOJ는 2년 동안 통화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통화완화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 BOJ,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신흥국 통화 강세
이달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는 엔화 대비 10% 이상 올랐다. 브라질의 헤알도 엔화 대비 9% 이상 급등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간) 엔화는 달러당 99.46엔에 거래됐다. 달러당 100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브라운브라덜하리만의 윈 신 신흥시장 통화전략가는 "사람들은 BOJ의 심리적·실질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BOJ와 미 연준은 엑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OJ가 시중에 돈을 풀면서 수익률이 높은 투자가 늘었다. 이는 신흥국 통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넘쳐나는 자금을 이용해 리스크가 있지만 수익률이 높은 통화에 투자한 것이다.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일본에서 적용하는 금리와 다른 국가의 금리차만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신흥국 통화가치는 지난 4일 이후 반등세를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강조했다. 남아공의 랜드는 달러 대비 3% 이상 상승했다. 헝가리의 포린트도 같은 기간 유로 대비 1.9% 올랐다. 저널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지난 1분기 0.2% 하락했으나 지난 8일부터 0.9% 반등했다.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도 신흥국 통화 상승에 한몫 했다. 지난달 신규고용 수가 최저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베노이트 안 신흥시장전략국 국장은 "고수익 투자자들이 귀환했다"고 평가했다.
◆ 엔저發 환율전쟁 촉발… 과잉 유동성 우려
환율은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때문에 신흥국들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말 엔화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이 새로운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일본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고 세계는 환율전쟁의 문턱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의 대일본 무역이 대폭 감소한 주범도 엔저다. 올해 1분기 중국과 일본의 무역 총액이 전년 대비 10.7% 감소한 708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엔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13.7%나 올랐다. 지난해 말 100엔당 위안화 환율이 7.3위안에서 지난 10일 6.3위안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의 핫머니(투기성 자금)가 중국 등 신흥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통화 공급량이 많아 향후 물가와 금리 급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BOJ 자산규모는 총 165조 엔(약 1920조원)으로 GDP 대비 35%다. 반면 미국 연준의 경우 자산규모를 엔화로 환산했을 때 270조 엔으로 GDP 대비 21%에 그친다. 유럽중앙은행은 350조 엔으로 GDP 대비 28%다.
그럼에도 BOJ는 2014년까지 통화 공급량을 2배 이상인 29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즉 BOJ 자산규모는 GDP 대비 59%까지 급등하게 된다. 게다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완화의 시기를 2년으로 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연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2년간 270조 엔까지 통화량을 확대하면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인해 세계에 과잉 유동성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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