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 만도 주가는 이날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1만4900원(14.97%) 떨어진 8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도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한 것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보다도 많은 3380억원을 모기업에 한라건설에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만도는 최근 2년간 브라질과 폴란드 등에서 공장 증설 등을 추진하면서 차입급 규모가 2011년 3200억원에서 지난해 7850억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모기업에 대규모 자금까지 수혈해야 돼 실적 부담이 커지게 됐다.
KTB투자증권 남경문 연구원은 "한라건설의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위험이 만도로 이전되고 있다"며 "한라건설이 향후 사업장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재무구조가 안정되기 전까지 만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만도가 홍콩에서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도는 중국 법인인 만도차이나홀딩스를 홍콩 증시에 상장해 2500억~3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모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투자 매력도가 많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만도의 이번 한라건설 지원으로 만도차이나홀딩스의 성공적인 IPO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만도가 상장으로 조달할 자금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 성장과 관련된 부문에 쓰이기 보다 한라건설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중국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도 두산건설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초 재정난을 겪고 있는 두산건설에 유상증자로 4500억원을 지원했다. 5716억원 규모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도 현물 출자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넘긴 HRSG사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수주 물량 누계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이 15%에 달하는 등 미국의 누터 에릭슨과 업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알짜다.
계열사의 지원으로 두산건설은 한 숨 돌리게 됐지만 올 초 주당 4만5850원으로 시작한 두산중공업 주가는 이달 현재 이달 현재 4만150원으로 12% 이상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GS건설의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과 한라건설의 재무 위기 등으로 지난해 웅진사태 이후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건설업 회사채 시장이 다시 얼어 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6월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에서 건설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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