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세계 톱랭커들의 경연장이면서 세계 골프문화를 이끄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골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2013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가 끝났다. ‘타이거 우즈 해프닝’이 있었으나 날씨, 진행, 경기력 등에서 크게 흠잡을데 없는 대회였다.
세계 최고권위의 골프대회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무엇보다 수준높은 관전 문화다. 마스터스는 월∼수요일에 연습라운드를 하고 목∼일요일에 본대회를 치른다. 그래서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둘쨋주를 ‘마스터스 위크’라고 부른다.
갤러리들은 연습라운드 때부터 몰려든다. 하루 4만∼5만명이 찾아온다. 그들은 원하는 장소에 간이의자를 깔고 관전하거나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다니며 응원한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원활하게 진행된다. 일주일동안 코스 안에서 휴대폰 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본 대회 때에는 갤러리들의 카메라 지참도 금지한다.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카메라를 갖고오지 않는다. 선수들이 스윙하거나 퍼트할 때 셔터 소리을 듣지 못했고 카메라 불빛도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격려하는 것이 마스터스 갤러리(패트론)의 특징이다. 소란스럽고 움직이며 아무데서나 휴대폰을 이용하는 우리 관전문화와는 달랐다.
한국 남자골프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급선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남자골프의 기량은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이었다. 최경주(SK텔레콤) 양용은(KB금융그룹) 김경태(신한금융그룹) 배상문(캘러웨이) 노승열(나이키) 등 쟁쟁한 선수들이 아시아를 대표했다. 이번 대회에도 최경주와 양용은, 그리고 교포인 케빈 나(타이틀리스트)와 존 허(23)가 출전했다. 양용은은 커트탈락했고 최경주와 케빈 나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존 허만 공동 11위로 한국골프의 체면을 세웠다.
한국골프의 노화는 중국골프의 약진과 대비됐다. 중국의 14세 소년골퍼 관톈랑은 최연소 출전에 최연소 커트통과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세계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중학생인데도 공식 인터뷰때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정도로 영어를 구사했다. 멀리 내다보고 골프와 영어공부를 병행해온 선견지명이 부러웠다. 중국은 2016년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의 국가대표제도를 본받아 운영중이다. 중국보다 일찍 국가대표·상비군을 운영해온 한국도 골프기량 외에 영어나 상식 사회성을 키우는데도 주력해야 할 때다.
마스터스는 세계 골프관계자들의 외교현장이다. 각국 골프협회 수장은 물론 투어 경기위원장, 골프 관련업체 종사자, 골프 교습가들은 마스터스 위크에 오거스타로 몰려든다. 수준높은 경기를 관전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얼굴도 익힌다. 자국 골프협회나 골퍼들의 미래를 위한 로비도 벌인다. 올해도 유럽·아시안·호주·일본 골프투어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국은 최경주 양용은 등 간판 선수들이 출전했는데도 골프협회 임원이나 골프 관계자들은 볼래야 볼 수 없었다.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의 여파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마스터스는 톱랭커들의 기량대결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 골프문화를 이끌어가고 앞으로 골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나침반이다. 2년 후 프레지던츠컵 개최를 통해 골프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려는 한국 골프와 골프인들에겐 살아있는 골프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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