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얼룩말'작가 김남표(43)가 3년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강남 호림아트센터 서울옥션 강남전에서 펼친 전시에는 신작 회화 12점 조각 1점등 작품 15점을 선보였다.
극사실화의 얼룩말 갈퀴에 '인조 털'을 붙여 눈길을 끈 작가는 이번 그림에도 얼룩말을 빼놓지 않았다.
현대와 근대, 문명과 자연, 동양과 서양의 접점을 통해 초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그림은 재미있다고 관심을 갖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기와 지붕을 물밀듯 들어온 배 한척이 엉뚱하게 자리한 그림은 볼수록 아리송하다.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은 옛 사람과 얼룩말, 원숭이가 함께 한 배에선 폭포가 내리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나 '노아의 방주'가 연상되지만 쉽게 해석할수 없다.
기이한 풍경화다. 이 그림,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역사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그림에 무게를 더하는 장치이며 자연은 인간문명의 폐해에 대한 성찰의 도구입니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제 작업은 무게를 잴 수 없는 작품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열기까지 작가는 역사를 관통하는 시간속에 초연하게 풀을뜯거나 풍경을 응시하는 자신의 그림속 얼룩말처럼 살아왔다.
"작업을 선보일수록 작품속의 메시지는 흐릿해지고 그리는 능력만 부각되는 상황에 지쳐가게 됐어요".
서울대 미대 재학시절부터 월등한 묘사력과 표현력으로 뜨거운 시선을 받았던 그는 자기복제식의 작품생산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지난 1년간 회화작업을 멀리한 채 여행과 드로잉에만 몰두했죠."
지난 3년간은 '왜'에 대한 자문자답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점점 숙련되어가는 손놀림의 속도와 느려져 가는 생각의 속도의 차이를 줄이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신작"Instant Landscape-Traveler' 시리즈는 어지럽게 반복되었던 오브제를 단순화 시키는 동시에 컬러와 흑백의 이질적인 표현을 혼합됐다.
"잠시 후진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느리지만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갈수 있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스위치 백'의 장치와 같이 이번 전시는 대학시절부터 깊은 관심을 두었던 조선시대 말기로 회귀한 작품들입니다."
상투튼 사람, 얼룩말, 초원 폭포등의 마치 아프리카 국립공원에 있을법한 자연의 풍경과 자동차 바퀴 모터등 현대 기계문명사회의 상징물이 들어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궁정사회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하이힐과 부츠, 30년대 유행을 연상시키는 외투를 입은 여인등이 혼재되어 무심한듯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를 넘어서서 '왜 그리는지'에 대한 의문은 작가의 숙명"이라고 했다.
"이번전시는 그동안 왜 그리는지를 고민한 작품세계의 중간점검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그림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위한 제 작업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을겁니다."
난해한 그림을 이해할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오는 20일 오후 3시 마련됐다. 전시는 30일까지.(02)720-102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