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동원해 남한과 미국 정부에 대화를 바란다면 군사훈련 등의 '도발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도발행위 즉시 중지 및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철회 △핵전쟁 연습 중단 선언 △핵전쟁 수단 철수 및 재투입 시도 단념을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조건으로 요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을 마련해 달라는 메시지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이후 북측이 발표한 입장문에는 '대화'와 '도발'이 함께 실려 도발과 대화 카드를 양손에 쥐고 6자회담 당사국들을 저울질하는 북한의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14일에 북한 조평통 대변인 문답과 16일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최후통첩장',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에서는 우리측의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대화 여부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결국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현재의 긴장국면을 유지하면서 당분간은 북·미 및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평통도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북침 전쟁연습 소동에 계속 매달리며 반공화국 '제재' 책동에 광분하는 한 그 어떤 북남(남북)대화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 것뿐"이라며 "사실상 시간끌기와 명분쌓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요구한 조건'은 사실상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며 북한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대화 재개로 돌아오는 중간단계 즉, 과거의 2·29 합의와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인지 등에 대해 미국과 접촉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향한 상당히 철석같은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보상하지도 않을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도 않을 것이며, 식량지원 협상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공갈에 대처해 갖추게 된 것이 우리의 정당한 자위적 핵무력"이라며 "우리더러 오늘에 와서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이라는 것처럼 어리석고 강도적인 주장은 없다"며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북한은 현재 남북관계의 이슈를 전부 거론해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 제의를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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