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의 폭로를 계기로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실태와 탈세 여부 추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실 확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ICIJ가 이달 초 버진아일랜드의 내부 기록을 입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영국, 캐나다, 미국, 인도 등 전 세계 부자들 수천명의 명단을 공개하자 국세청은 한국인의 포함 여부를 파악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ICIJ가 정부 측에는 정보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ICIJ에 한국인 명단 제공을 요청했지만, 정부 당국에는 주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다른 채널을 통해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의 명단이 존재한다는 ICIC의 입장이 나온 만큼 국세청은 더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구체적인 신상 파악 작업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최근 2년간 10억원 초과 해외금융계좌 신고에서 버진아일랜드의 계좌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만큼 이들 명단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탈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계좌가 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다.
해당 계좌 소유주를 상대로 해당 계좌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방식으로 개설됐는지 등을 조사한 뒤 탈세 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과태료 부과나 추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ICIJ의 한국인 신상에 대한 공개 수위, 계좌 보유 기간 등도 국세청의 정밀 조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다.
국세청은 해외 재산은닉 등 역외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실시해 온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신고대상을 예금에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 계좌로 확대하고, 5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 금액의 10%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키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