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장·차관들이 모두 바짝 엎드린 채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직사회 분위기 조성에는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한몫 단단히 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부처 간 혼선을 빚고 있거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복지·경제 등 주요 정책들이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교통정리가 끝난다. 박 대통령 혼자서 직접 진두지휘하는 꼴이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부처업무보고에서 장·차관들은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의 깨알 같은 업무지시를 노트에 받아 적기 바쁘다. 청와대 참모진도 장관들도 대통령의 지시에 감히 토를 달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격주로 국정 전반에 걸쳐 '독대 보고'를 받고 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도 정례적으로 경제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또 해당 장관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청와대로 불러 관저에서 만찬 등을 하면서까지 현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하는 책임장관제를 본격화하려면 사전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독대 보고 역시 내각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기보다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더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책임총리제 역시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장·차관을 자주 바꾸지 않겠다"는 한마디 말로 책임장관제를 갈음했다. 장관에게 인사·예산권을 위임하고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라지만, 구체적인 업무지침까지 쏟아내며 과도하게 간섭한다면 복지부동 '청(靑)바라기' 내각은 정부 임기 내내 지속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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