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일본 국내에서도 진보언론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에서도 일본 우경화 가속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지는 국내외적으로 급격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불필요한 국가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집단참배 등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은 일본 경제 회복, 지난 2011년 있었던 대지진과 쓰나미 후유증 극복, 북한과의 관계 등의 문제를 잘 처리해 왔다"면서도 "이런 것들과는 무관한 논란을 일으켜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이 자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지난 20세기에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큰 고통을 당한 한국과 중국으로서는 이 문제가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두 나라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잘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적 상처를 악화시키지 말고 장기침체 상태에 있는 일본 경제를 살리고 아시아를 넘어 지도적인 민주국가로서 역할을 증대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초기에는 경제 문제에 집중해 지지도가 상승했지만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산으로 되돌아가 재무장의 길로 가는 데에 정책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어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미국 언론들의 일본 우경화 가속화 비판은 미국 정부의 입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 중인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24일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과 만나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생각을 물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 부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고위 관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질문을 한 것 자체가 일본의 우경화 가속화로 일본과 한국·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 대북 문제에 있어 이들 나라와 공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대표적 진보언론 아사히신문은 24일 사설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집단참배에 대해 "이웃 나라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이 유행처럼 정치에 퍼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집단참배가 일본의 국익을 해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한국과 중국 등과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역시 사설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 참배가 일·한 관계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센카쿠열도 문제로 일·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한 관계 개선은 아베 외교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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