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윤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전 직원들에게 '창조경제'를 이끌기 위해선 실물경제 분야에서 구현하는 전문적인 인재가 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윤 장관도 산업자원분야 요직을 두루 거쳐온 정통 관료로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현장 실무의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의 실·국장 인사 대다수가 두루 요직을 거치면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전문 관료'가 전면에 배치됐다는 평이다. 이들을 통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실장 인사를 보면 행정고시 27회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실제 1급 실장 9명 가운데 5명이 27회 출신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산업부 내 전문성으로 무장한 행시 27회가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주요 기조인 창조경제를 이끌 적임자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사실상 3차관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통상차관보직에 최경림 전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앉히면서 무게감을 실었다. 통상기능 이관을 놓고 반발한 외교부를 끌어안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실제 윤 장관은 "산업부가 통상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외교부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라며 외교부 출신 인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최대한 빨리 산업부 내에 안착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술고시 출신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성시헌 기술표준원장을 비롯해 정동희 기표원 적합성정책국장, 허남룡 시스템산업국장 모두 기술고시 출신이다. 기술 전문형 인재를 발탁해 산업부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장급 인사에서도 실무와 현장에 밝은 인물들로 진용이 갖춰졌다. 송유종 에너지자원정책관의 경우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청, 지식경제부를 두루 거친 통섭형 관료이며, 채희봉 신임 단장은 지식경제부 시절 가스산업과장, 에너지자원정책과장 등을 지내 에너지행정에 밝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행정고시 26회의 대거 명예퇴직에도 불구하고, 국장급으로의 승진 대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통상업무 이관으로 부처가 확대된 것에 따른 승진을 기대했던 인사들 사이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보면 윤 장관은 당장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 인사들을 선호, 대거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사의 지역편중과 특정 학벌 등 '코드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인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이번 산업부 1급 인사에서 수도권·영남권 인물들이 대거 기용된 반면 호남에서는 단 한 명만 기용됐으며, 차관급 인사에서도 전남 출신은 한진현 산업부 차관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다짐했던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서울대 출신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특정 학맥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최근 특정 학맥을 지칭하는 '성시경 내각(성균관대·고시·경기고)'처럼 통합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