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스스로도 차별화된 상품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지만 수익성 악화, 규제 강화 등으로 녹록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 사이에서 미투(Me Too)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미투 상품은 인기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 특성을 그대로 따라하는 영업 전략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시청률·흥행에 따라 금리도 오르는 문화 연계 마케팅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 드라마 정기예금 구가의서’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하나 드라마 정기예금 마의’가 출시 10일만에 판매한도 200억원이 조기 마감되는 등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는 영화·스포츠와 연계한 금리우대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KB영화사랑적금’을 판매 중이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네마정기예금에 이어 올해도 국내영화와 연계한 예금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다보니 은행들 사이에서는 출시 시점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도 생긴다. 최근 반전세 월세 자금 대출상품을 엇비슷하게 내놓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그 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이 신한의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선수쳤다는 입장이고 우리은행은 애초 출시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상품은 신용대출(우리은행)이냐 보증대출(신한은행)이냐 외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금리 역시 신한은행이 연 5.88~6.68%, 우리은행은 연 4.70~6.05%로 비슷하다.
이는 정부의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의 경우, 은행들의 눈치경쟁이 치열했다. 신한·하나 등 일부 은행들은 상품 출시를 하루 앞두고 금리를 더 올리기 위해 약관을 수정한 바 있다. 출시 당일에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이 확정된 실제 금리가 달라 추가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 상품의 약관승인이 까다로워진 것도 한 몫 했다 금융당국은‘저축은행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상품의 내용과 금리, 상품명까지 세밀하게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아예 수익이 검증된 타행의 상품을 인용,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는 얘기까지 돈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지 못해 사라진 상품도 꽤 있다보니 아예 타행에서 성공한 상품을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더 낫겠다는 말도 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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