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세론'과 '대선 패배 책임'…당 권력 교체
김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중량감을 통해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한 데는 당내에 그만큼 '이겨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고건 서울시장·임창렬 경기지사가 승리한 1998년 지방선거와 152석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이 사상 첫 과반의석을 확보한 2004년 총선에서 당 기획단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선대위 대변인과 미디어선거특별본부장을 맡았다. 정치적 경험과 노련함에는 단연 선두다.
또 친노 측이 대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비주류 좌장격인 그가 당 쇄신이라는 어젠다를 선점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강점은 곧바로 약점으로도 이어진다. 우선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그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범주류 측에선 지난해 대선 당시 김 후보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최고위원직을 던져 결국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대선을 치렀다고 비판한다. 실제 당 대선평가위의 대선 협력도 설문조사 결과, 그는 100점 만점에 42.5점을 받아 하위권이었다.
특히 강기정 의원의 후보직 사퇴로 범주류가 단일화한 것도 김 후보에겐 위협 요소다. 이 단일화를 계기로 자체 후보를 내지 않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가 주류 측을 지원할 경우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당내 관측이다. 또 이 후보가 호남 출신이고 사퇴한 강 의원도 같은 지역 출신이어서 이 지역 표심이 결집할 경우 김 후보에겐 더욱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측 단일화 직후인 지난달 25일 리얼미터가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김 후보는 44.6%, 이 후보는 42.2%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정공법을 택했다. 친노 세력과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당을 장악해온 막강한 세력이 특정 후보를 뒤에서 밀고 있다는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민심과 당심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전대가 김 후보에겐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당이 지난해 총·대선에 잇따라 패하고 안철수 신당 등 외부변수에 흔들리면서 이번에는 당내 권력을 바꿔보자는 여론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이용섭, '이슈 메이커'와 '낮은 인지도'…새 인물론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정책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받는 데는 인물보다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도층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인 정책을 내놓고 이슈를 선점하면서 구태 정치를 끊으라는 게 국민의 주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관료가 경제부총리로 손꼽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재정부 세제실장과 국세청장 등을 거치면서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 대책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는 건설교통부 장관도 지냈기에 부동산 활성화 전략도 내놓을 수 있다. 현 정부가 이런 경제 문제로 흔들릴 때 제1야당 수장으로서 정책 대안을 만들어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 번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알아주는 청렴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재선 의원에 불과한 그는 여전히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의 지역구인 광주에서는 알아줄지 몰라도 전국적 정치인으로는 통하지 않는 게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낮은 인지도 속에 강 의원과 아름다운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에겐 최대 위협요소다. 이 후보는 당 선관위의 배심원 간담회의 사실상 불허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강 의원은 끝까지 반발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강 의원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며 끝까지 혼자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 후보의 간담회 불참에 대해 "안하무인, 자기중심적 사고, 무책임하다"며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까지 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아름다운 단일화를 못해 송구하다"며 곧바로 강 의원에게 사과하며 협조를 구했다.
이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깨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주류 측 결집에 힘쓴다면 그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친노계의 지원과 함께 당 대의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표심이 그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당심의 밑바닥에서 '이제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변화의 조짐이, 용암이 분출하고 해일이 일 듯 치솟고 있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단일화가 되면 이용섭이 이긴다는 여론조사도 있고 어떤 여론조사는 오차 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다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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