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정책 뿌리 변화 없어‥北核에 화냈다고 오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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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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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대근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인터뷰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우리는 북한과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태세와 능력을 결집했나. 최근 시진핑 체제의 대북정책이 바뀐 게 아니냐는 기대 아닌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국의 대북정책을 오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사실상 폐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4월의 봄이 무색할 만큼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 속에 벚꽃눈 날리던 지난달 29일 문대근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거두절미하고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는 지에 대해 물었다.

문 대표는 “중국의 대북정책의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며 “다만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정도를 사람들은 그것(중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NO’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국은 또 ‘북한 편들기’를 할 것이란 이야기일까.

◆中에 북한은 체제가 아닌 북한 지역이라는‘땅’

문 대표는 중국의 대북정책과 북·중 관계는 일관된 하나의 패턴이 있다며 그 첫 번째로 지정학적 이유를 들었다.

수십년간 중국을 연구하고 개성공단 지역의 토지 임차부터 공장 가동까지 실무를 담당했던 그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가마다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중요한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 정권·체제가 아니라 북한 지역이라는 ‘땅’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표는 “중국에 북한(지역)은 중국의 침략을 위한 도약대가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전략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냉전기 중국의 대북정책은 주로 동아시아 질서의 구조 속에서 대미 관계를 고려해 결정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안정은 곧 자국의 안정이다’란 인식이 팽배한 중국에 북한의 안정이 우선순위인 것이다.

◆“뿌리는 변하지 않지만 얼굴은 바뀔 수 있어”

문 대표는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의 근간은 변하지 않지만 전술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대북정책에 있어 중요한 목표는 북한의 평화안정과 북·미관계의 안정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한반도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중국 역할론’의 열쇠를 풀기 위해 중국의 대미정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문 대표는 “중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며 “미·중 관계라는 큰 틀에서의 힘의 변화와 전략적 상황 변화에 따라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가 결정된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따라 중국의 대북정책의 전술적 측면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현재 미·중 관계라는 큰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전략적 태세’라는 상황이 아직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의 핵심 전략적 이해가 걸린 대북정책이 변하기에는 시기상조”란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로 들어선 중국이 북한 문제에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중국은 사람이 바뀐다고 근본적으로 대북정책이 바뀐 적은 없다면서도 “중국이 힘 있는 나라가 됐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영향력을 확보한 지금, 자신감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도발적 행태를 과도하게 보여 중국의 ‘미엔즈(얼굴·체면)’를 계속 할퀴는 상황을 중국으로서는 계속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핵문제에도 양면성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언급했다.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 ‘대국책임론’을 의식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에 있어 대만과의 ‘양안통일’을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것이다.

문 대표는 “중국은 북한 핵을 북한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핵을 통해 북한 스스로 안정을 찾고 있는 것 역시 인정하고 있다”며 “중국에 북한은 ‘부담’이지만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어 양안통일이 될 때까지는 북한을 계속 안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의 선제조건, 중국의 北 포기

그렇다면 중국은 정말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통일은 어떤 것일까.

문 대표가 바라보는 한반도 통일의 선제조건은 ‘중국의 북한 포기’였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처럼 소련이 동독을 포기했듯이 중국도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우선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통일 과정에서 적어도 미국의 개입은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 입장이다. 주한미군 철수뿐만 아니라 남북의 자주·독립적이고 주도적 평화통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통일된 한국이 적어도 자신(중국)과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란 생각에 중국은 당장 ‘현상유지’를 고수, 일각에선 이를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없어질 때 통일된 한반도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런 통일된 한반도가 북한의 가치나 역할을 대신해 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한국과 미국, 중국 간 불신과 경쟁관계를 꼽았다. 그는 “한·미·중의 대북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전략적 불신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중요한 변화의 흐름을 맞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최근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 지도부를 만나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중국 봉쇄 정책이 아니라고 직접 전달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대북정책에 대한 서로의 입장만 주고 받았을 뿐”이라며 “이번 대화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지금, 통일로 가기 위해 우리의 스탠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문 대표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준비는 돼 있을까.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는 우리의 입장에서 자율성을 확보해 대북정책을 취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균형과 주도를 생각하기에 아직은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자율성을 확보해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다 미국의 견제가 있었던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한·중 수교 당시 성명문에는 한국 스스로가 대화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사실상 한국의 주도적이고 균형잡힌 통일 준비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고 남북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폐쇄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한·미·중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지금, “최악의 상황이 최고의 기회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한반도에 불고 있는 냉랭한 바람이 찬란한 녹음을 선사할 5~6월, 때 늦은 봄바람으로 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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