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가 국민 행복을 위해 내놓은 경제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보통 사람의 머리로 창조는 새로움으로 인식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신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해석을 놓고서도 창조경제의 원동력을 첨단기술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융합상품을 만들어낼 공간 제공, 즉 기반시설을 꼽는다. 기반시설의 예로 과학단지를 들 수 있다.
과학단지는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로 단지 내에 연구·개발·사업화 등이 동일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설 건설이 필수적이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공간으로 변할 위험성이 있다.
성공한 과학단지로 핀란드의 울루스, 싱가포르의 아센다스 과학단지를 든다. 모범적 국가로는 이스라엘을 든다. 물리적인 공간 개념으로 성공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바로 국가 전략과 제도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이스라엘은 작은 영토지만 창업 영토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의 벤처기업과 벤처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패를 사회적 탈락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적인 지식 자산 축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창조경제 탄생 기반을 국내로 돌려보면 상당한 장애가 있다. 국가의 연구·개발(R&D)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다. 연구(R)는 없고 개발(D)만 존재할 뿐이다.
연구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입력을 제공하는 것이지, 완성된 상품이 아니다. 당연히 가시적 상품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정부의 R&D 성과 평가가 사업화 혹은 완성된 상품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연구는 항상 푸대접을 받는다. 가시적 성과물은 개발을 통해 생산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세계 최초가 아닌 국내 최초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도 과학단지 몇 군데가 있다. 용어는 과학단지이지만 적용되는 법과 제도는 산업단지 개발 관련법이다. 과학단지 용어를 쓰면서 산업공장 시설과 동일시한다. 산업단지법으로 창조경제 기반인 과학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2년 전에 일부 준공되어 도시 운영에 들어간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시는 건설이 생산 가능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마스다르시는 무공해 도시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세계의 첫 사례다. 가스 배출 제로, 폐기물 제로, 에너지 제로 등 '3無(무)'를 실현시킨 도시다.
마스다르시 건설에 동원된 기술은 첨단보다 보편적인 기술이 훨씬 많다. 보통의 기술을 조합하는 디자인이 창조적이다.
다시 국내 신도시로 시야를 돌려보자. 마스다르와 유사한 도시 건설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게 법과 제도다. 건물 면적당 의무 주차장 확보가 좋은 사례다. 마스다르시에는 주택과 업무용 건물은 있지만 주차장은 없다. 도시에 개인용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은 한 방울도 버리지 않고 재생된다.
싱가포르나 핀란드와 같이 창조경제를 실현시킬 기반단지 조성은 도심지 내에 건설이 가능해야 한다. 공장단지를 건설하는 굴뚝법과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창조경제에 동참하는 건설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창조에 버금갈 만큼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창조경제 단지인 과학단지가 도심지에 조성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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